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기장 여성 교역자‧장로‧신도

“우리 교단에 대한 겁박”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다른 교단 소속 목회자를 이웃 교단이 일방적으로 ‘이단’이라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단마다 다른 평가 잣대로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전국여교역자협의회와 여성연대가 지난 주 진행된 각 교단 정기총회에서 임보라(섬돌향린교회) 목사가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받자 14일 성명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앞서 예장백석대신은 이번 정기총회에서 임보라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하면서 성경 가르침과 반대되는 설교’를 할 뿐 아니라 ‘일부다처제·근친상간 옹호, 다원주의적 구원론’을 주장한다며 이단으로 규정했다. 예장합동은 이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전국여장로회,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기장 여성연대는 “우리 교단 소속의 임보라 목사를 이단 규정하는 것은 공교회인 우리 교단의 신학적 정통성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겁박이기도 하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아울러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들의 ‘문자주의적인 성서 해석’은 오히려 성서를 축소·왜곡시키는 행동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을 자신들 마음대로 제한하는 오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소수 교단이 기득권을 쥐고 이단 잣대를 만든 현 개신교 구조에서 이단 규정을 받는다는 것은 목회자에게 소위 ‘종교적 사형 선고’와도 같다. 각 교단으로부터 교류 금지는 물론, 함께하는 교인들은 ‘이단 옹호자’로 낙인 찍히게 되는 구조다. 한번 이단으로 낙인 찍히면 증오‧혐오‧판단‧비난의 손가락질을 한몸에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해마다 각 교단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이단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성연대는 “백석대신과 통합 교단은 문자에 갇혀 버린 두려움의 마음을 거두고 온전한 사랑이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며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역할은 외면과 혐오, 비난과 몰아내기가 아니라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 감싸 주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협의회도 “성소수자들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함께하는 목회 활동이 이단인가”라고 반문하며 “정확한 사실 규명과 진지한 신학적 토론도 생략한 채 마녀사냥하듯 이단으로 정죄한 것은 폭력이며 몰상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세계 교회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오랜 시간 경청하고 토론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해가고 있다”며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며 성소수자 목회를 하고 있는 많은 세계 교회들을 모두 이단으로 정죄하려는가? 신학적인 해석과 윤리적인 가치판단은 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한 일이지 일방적으로 이단이라 규정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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