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신고 못해”

“여건 마련돼야 태움 문제 해결될 것”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병원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태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신고·사후 관리시스템 구축·실행과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에서 ‘간호노동현장의 일터괴롭힘 실태와 해결과제’라는 주제 발제를 통해 “(간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보고(신고)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병원 조직이 대단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보고의 과정에서 가해자가 있고, 가해자와 관계된 사람들이 있어 (간호사들은) 신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부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부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의사협회와 간호협회 내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직장 괴롭힘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정부가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의사협회와 간호협회에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간호사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이해관계 당사자들로부터 독립된 기관에서 신고를 받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교수는 병원 내 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간호사의 노동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관에서 적정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건강한 신규간호사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해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사의 노동환경개선 목소리는 현직 간호사에게서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최원영 행동하는간호사회 간호사는 현장에서의 실제 사례를 통해 간호사의 노동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최 간호사에 따르면, 병원 내과중환자실에서 신규간호사가 다른 환자에게 수혈 예정이던 혈액을 잘못 수혈한 사고가 있었다. 수혈 전에 지켜야할 지침에는 수혈 전 환자 팔찌에 채워진 환자고유번호를 비롯해 수혈용 혈액백에 붙어 있는 번호, 혈액의 고유번호, 혈액제제의 종류, 혈액형, 유효기간 등 여러 가지 확인사항이 있다.

이러한 절차는 수혈 전 2명의 간호사가 확인하게끔 돼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인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신규간호사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병원은 중간관리자인 책임간호사를 포함해 3명의 간호사가 같이 확인하는 것으로 지침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최 간호사는 “2명이 확인하는 것도 바빠서 제대로 못해서 사고가 났는데 또 다른 바쁜 간호사를 더해 3명이 같이 확인하라고 했다”며 “병원이나 간호협회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새로운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반응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이 난 건물에서 유독가스가 나오면 방독면을 제공하거나 방송해서 빨리 대피시켜야 하는데 (병원의 대응은) ‘숨을 쉬지 말라’고 말하면서 ‘불이 연소돼 저절로 꺼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최 간호사는 “숨을 쉬지 말라는 공지사항이 내려온다고 해서 진짜로 1시간씩 숨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며 “무수한 새로운 지침들이 쏟아져 내려오면 결국 우선순위를 매겨 지킬 수 있는 것을 지키고 불가능한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원영 행동하는간호사회 간호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원영 행동하는간호사회 간호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7

최 간호사는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서 약을 투여하는 오전 9시 담당환자가 한 명이라면 정확한 시간에 원칙대로 투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세 명이 넘어가면 모든 환자에게 제시간에 약을 투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태움에 대해서도 “신규간호사가 실수를 하거나 같이 휘말려서 곤경에 처하면 선배 간호사가 신규간호사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 사람 수보다 적은 수의 방독면을 던져주고 싸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면 과연 싸움이 안 일어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간호사를 잘 가르치고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신규간호사를 괴롭히지 말라는 지침만 내려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결국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게 되고 신규간호사가 헷갈려 하는 것 같아도 단순 암기식으로 외우라고 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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