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총회, 명성교회 세습 제동 걸자
김삼환 “가만히 있으면 안돼”
세반연 김동호 “명성의 완패”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며 공분을 산 명성교회 세습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의 최고의결기구인 정기총회의 총대들이 최근 열린 103회 총회에서 세습을 인정한 총회 재판국원 전원을 교체했다. 새로 꾸려진 총회재판국은 총대들의 결의를 받아들이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청빙건을 다시 다루게 된다. 반면 명성교회 측은 총대들의 결정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위법하게 처리된 총회 결과는 무효”라며 법정 소송을 시사해 논란을 예고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요구해온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바로잡고 끝낸 예장통합총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14일 냈다.

세반연은 명성교회를 향해 예장통합총회 총대들의 결정을 수용해 세습을 철회하고 김하나 목사는 스스로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세반연은 “예장통합총회는 헌법위원회 해석을 부결하고, 세습을 장려하는 헌법 개악안을 폐지했다”며 “또한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회 결정이 위법이라는 규칙부 해석도 안 받았다. 과정은 지난했지만 결과는 옳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판국은 총회의 세습 불가에 대한 결의에 따라 그동안 잘못된 것들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임원회는 헌법을 수호해 명성교회를 치리하고, 명성교회 세습 때문에 서울동남노회에서 벌어진 수많은 비정상적 일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김하나 목사에게 자진 사임을 촉구했다”면서 “명성교회 세습이 철회되고, 마침내 교회 세습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뜻있는 교인, 시민과 함께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습을 강행 처리해 비판을 받아온 김삼환 원로목사는 지난 13일 명성교회 새벽 예배에서 총대들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맹비난했다. JTBC와 교계 언론에 따르면 김 목사는 새벽 예배 설교에서 “기업을 물려주는 게 아니다. 십자가 물려주는 것, 고난을 물려주는 것이다. 교회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자기들이 타락한 거다”라고 반박하며 “지금 교인들이 정상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 던져 죽이려고 하는데 마귀가 여러 가지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더 이상 맞을 수 없도록 맞은 거다. 우리는 더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잊으면 안 된다”며 “이제는 우리 교회가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다. 우리 교회에 고통과 아픔과 저주와 멸망을 가져다주는 그분들은 잊으면 안 된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약 30분간 이어진 설교에서 김 목사는 ‘마귀’란 단어를 10번 사용하는 등 총회의 이번 결정에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김 목사는 “억지 부리지 말고 (김삼환 목사는) 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명성의 의도와 시도들이 노회와 재판국까지는 통했는데 총회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명성의 완패였다”며 “교단이 통째로 망신당하지 않고 최소한의 체면은 지킨 것 같아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김삼환 원로목사를 겨냥해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마귀’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자신을 하나님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재심 판결이 뒤집힐 경우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교단 탈퇴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세습이 아닌 적법한 청빙이며 승계라는 입장을 내세웠던 명성교회가 세습을 인정받기 위해 사회 법정으로 끌고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명성교회 측은 “(정기총회) 모든 일정이 명성교회에 맞춰 초법적으로 위법하게 처리됐다. 총회 결과는 무효다. 향후 사회 법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총회 결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임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 외 14명 등 새로 공천된 총회재판국이 총대들의 재심 결의를 받아들이면 재심이 진행된다. 새 재판국원들이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세간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꺼낸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향후 행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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