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8.9.16
ⓒ천지일보 2018.9.16

정부, 고용쇼크는 인구변화 탓

“최저임금 인상도 원인 중 하나”

1분위 가계소득은 더 줄어들어

고용상황 악화에 소비심리도 ‘뚝’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선 고용과 내수지표 등이 부진한 탓이 소득주도성장 정책때문이라며 폐기를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영향이라며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7월에 이어 8월에도 고용상황이 악화되자,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의 총론은 그대로 가져가겠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최저임금을 높이고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등 가계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투자가 늘면 생산이 확대되고 다시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급격히 오르면서 오히려 ‘고용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2008~2017년 연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8%에 그쳤으나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에 달했다. 지난 7월에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소상공인들은 곧바로 거리로 나와 최저임금 결정 철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악화되는 고용지표

장하성 정책실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일자리·가계소득 관련 통계가 악화되면서 ‘이 모든 것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라는 비판이 있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하성 실장과의 불협화음 논란을 불러왔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8월 고용부진과 관련해 “최저임금도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8월보다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고용률은 66.5%로 전년 동월 대비 0.3%p(포인트) 떨어졌다.

취업자 증가는 올해 2월 10만 4000명, 3월 11만 2000명, 4월 12만 3000명, 5월 7만 2000명, 6월 10만 6000명에서 7월 5000명으로 급감했다. 8월에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20만 2천명 줄었고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도 11만 7천명이 감소하면서 최저임금 종사자가 많은 산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31만개에 달했다. 다만 상용근로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만 8천명 늘었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도 7만 1천명 증가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상용근로자 수는 지난해 증가폭(46만 7천명)과 비교해선 절반이 줄어든 데다, 자영업자 증가가 일자리의 질 개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고용쇼크의 원인 중 하나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탓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32만명이었던 15세 인구 증가폭은 지난달엔 24만 4천명으로 하락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취업자 증가세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고용참사와 관련해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빈부 양극화 심화… 소비도 ‘꽁꽁’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췄던 정부 정책은 오히려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인 1분위의 가계소득(명목 기준·2인 이상 전국 가구)은 월평균 132만 4900원으로, 1년 전보다 7.6%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2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인 5분위 가계소득은 월평균 913만 4900원으로, 작년보다 10.3% 늘어나면서 5분위 소득 증가율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에 견줘 몇 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가처분 소득 기준)은 5.23배로 벌어졌다. 2분기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이는 고용부진 영향으로 저소득가구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많이 잃은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8포인트 하락한 99.2를 기록했다. 고용 상황이 좋지 않자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3%로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기업의 투자 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다. 1월 5.4%에 달했던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6월엔 -5.9%를 기록해 감소세를 이어갔다. 7월 설비투자지수도 기계류가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10.4%의 증가율을 보였고 건설투자의 경우 감소폭이 확대된 -7.0%를 기록했다.

최근 KDI이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선 “우리 경제는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악화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