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미국, 러시아 압박하며 제재 단일대오 점검
북한, 美 겨냥 “강도 앞에 방패 못내려놔”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제재와 종전선언 등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신경전이 15일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해 협상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요구로 대북제재 대열의 구멍이 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단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 수정 압박과 대북제재 약화 등 시도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오는 17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이 러시아 압력으로 수정됐다는 주장과 함께 러시아를 비판했다. 

헤일리 대사는 “보고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러시아가 유엔의 독립적인 대북제재 보고서를 편집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며 “유엔제재의 완전한 이행은 모든 회원국의 의무이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러시아의 수정 압력 의혹을 비판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바꾸려고 함으로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약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보고서는 지난달 대북제재위가 유엔 회원국들의 중간 이행 상황을 점검해 제출하면서 논란이 됐다. 보고서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고, 북한으로의 석유제품 반입에 러시아가 일부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크게 반발한 러시아는 유엔 대사를 통해 보고서 항목과 작성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보고서 수정을 대북제재위에 요구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강력 비난하며 대북제재 점검에 나선 것은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비핵화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제재가 이완되면 협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종전선언 촉구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근원을 없애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당치 않은 신뢰 타령으로 더러운 정치적 야욕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내 보수 인사를 비난하면서 “전쟁의 위험이 항시적으로 배회하는 속에서 우리가 핵 무력을 일방적으로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강도 앞에서 일방적으로 방패를 내려놓을 수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종전선언 수용을 미국에 재차 요구했다. 

북미 간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남북은 오는 18일 제3차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미 간 답보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등에 대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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