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대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은 그 비극을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 3000명, 실업자수 113만명 그리고 청년실업률은 10%로 나타났다. 취업자 증가폭은 2010년 금융위기 이후 최소치이고 실업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금융위기도, 외환위기도 아닌 평시 경제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지금 일자리 대참사의 비명이 전국을 휘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또 집권 이후에도 일자리 정책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왔다. 새정부 출범 직후에는 대선 공약대로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70년대식 쇼잉’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모든 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그 후 천문학적 예산까지 집중 투입했다.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 가운데 일자리 예산만 36조원이다. 여기에 두 차례의 추경예산을 통해 15조원을 편성했다. 그리고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54조원을 일자리 만들기에 쏟아 부은 셈이다. 국민 1인당 100만원 꼴이다.

그럼에도 그 결과는 실업자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해 소득을 끌어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소득인상은커녕 민생경제는 초토화되고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 결국 ‘을들의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동네마다 골목마다 나붙은 ‘임대문의’라는 글귀는 민생의 비명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당장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느냐는 비판에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는 일자리 대책이 이제 시작된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며 지금의 위기는 ‘성장통’에 다름 아니라는 억지 해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경제 위기는 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궤변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의 국토보유세를 고민하자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고용지표가 최악의 늪에 빠져 민생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정반대로 과열을 넘어 불을 내뿜는 시장이 있다.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올 초 7억원 안팎이던 아파트 값이 불과 반년 만에 12억원을 호가한다는 믿지 못할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각 아파트마다 ‘집값 올리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돈 있는 사람들은 마치 곗돈 붓듯이 서울의 유명 아파트 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광풍’이다. 마치 참여정부 말기처럼 정부의 대책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는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매년 몇 차례나 내놓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그 때마다 ‘실패작’이다.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집값은 오히려 더 뛰고 있다. 본질을 외면하는 동족방뇨(凍足放尿)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시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목소리가 참으로 묵직하게 들려온다. 이 지사는 서울 집값 폭등의 해법으로 ‘국토보유세’를 언급했다. 이 지사는 지난 1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자리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제’를 실시하고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위한 공공택지의 분양수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제기했던 ‘국토보유세-기본소득제’ 연계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해찬 대표의 ‘토지공개념’보다 더 진화된 대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현실은 토지공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의 공통, 유일 자산인 토지가 특정 소수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헌법은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이용과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122조). 이재명 지사가 언급한 대로 토지와 그에 기반한 부동산이 일부 계층의 ‘돈벌이 놀이터’가 되고 있으며 여기에 돈깨나 있는 중산층과 일부 서민들까지 가세해서 온 나라가 부동산 광풍에 휘청거리고 있다면 이 나라의 미래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때마다 내놓는 정부 대책이란 것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식’이라면 이를 어찌 ‘정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북핵폐기도 좋고 차기 총선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치일정은 광화문의 ‘촛불혁명’부터 고민돼야 한다. 그 찬바람 불던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우리 국민에게 지금 문재인 정부가 주는 화답이란 것이 고작 이런 것인가. 이 지사가 화두로 던진 ‘국토보유세’와 ‘국민기본소득제’가 시대적 책무로 부각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재명 지사의 그 고민 지점부터 보다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사에 대한 단순한 찬사가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광풍과 덩달아 극대화 되고 있는 양극화 지수, 그리고 제조업의 몰락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파산, 게다가 고용시장의 절망까지 이 엄청난 과제들은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국가’ 같은 달콤한 주장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촛불혁명’을 말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본질을 외면하지 말고 그 본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이재명 지사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그의 말대로 단계적으로 가도 좋다. 포퓰리즘 운운하지 마시라. 지금은 이재명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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