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표현의 자유는 국가나 다른 사람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명하여 전파할 자유를 말한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에는 의사표명과 표명된 의사를 전파할 자유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표현으로, 이를 소위 소극적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거부하는 경우, 이런 행위도 자신의 거부의사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행위를 독일에서는 부정적 표현의 자유라고도 한다.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자유를 소극적 표현의 자유라고 하여 보호하는 것은, 표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일종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의사표명 유무에 관한 것일 뿐, 다른 사람의 의견을 표명하거나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여 강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문제는 아니다. 즉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국가가 강제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한은 그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한이 과도하다면 침해가 되어 기본권 보장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매체물이나 인터넷 정보가 의사형성적 작용을 하는 의사의 표현·전파의 형식 중에 하나라고 보고, 담뱃갑에 경고문구 등을 표시하도록 국가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가 아닌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소극적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국가나 제3자의 의사는 자신의 의사가 아닌 것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이의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문제가 아니라 이를 표시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분이나 정보를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익명이나 가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가 포함된다. 이는 실명표현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하고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면 표현의 자유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이나 가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하지 못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제한을 받게 되고, 민주주의 다양성은 훼손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세상이 펼쳐지면서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하며 공론의 장을 형성해 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기 위해 실명확인이나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한다면 자유롭게 게시판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누구든지 인터넷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게시하지 못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침해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을 하도록 한 법률조항을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기 전에 본인확인을 요구한다면, 글을 게시함으로써 표현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파하고자 하는 자의 의견을 사전에 통제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에 사전검열과 유사한 통제가 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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