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용산참사는 대한민국의 인권지수가 얼마나 낮은 상태에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민들은 물론 세계 시민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공권력이라고 불리는 경찰력이 주거권과 생존권을 박탈당한 상가·주거세입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빼앗기는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화재 위험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특공대를 투입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을 죽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권은 생존권을 호소하는 국민들을 폭도 취급했다. 관제화된 공중파와 수구보수 신문을 통해 ‘폭도들’이 얼마나 살벌한 집단인지, 얼마나 부도덕한 요구를 하는 집단인지, 얼마나 공권력을 무시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집단인지, 얼마나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집단인지 드러내고 싶어 했다. 군사반란 세력이 광주학살을 자행한 뒤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댄 것과 같은 행태였다.  

법원은 이명박 정권에 무력했고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다. 법원의 사명이라 할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진실을 땅속에 파묻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의 지휘부와 권부의 책임자를 밝혀내기는커녕 희생자들을 살인자로 모는 행위를 했다. 사망자 5명은 누가 보아도 국가권력에 희생된 사람들인데 망루에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살인 혐의를 씌웠다.   

참사 이후 9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당시 진압을 했던 인물 가운데 누구 한 사람 참회한 사람도 사과한 사람도 없었다. 경찰과 국가 기관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판사들 가운데 사과하는 사람 한 사람 없었다. 

당시 진압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인물은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돼 있던 김석기씨다. 참사 책임자로 지목되자 무전기가 꺼져있었다고 변명하기도 했던 김석기씨는 정권과 친정부적인 언론매체 덕에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강경진압에 ‘보은’을 하는 듯한 인사가 이어졌다. 김석기씨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낙하산 발령을 받았고 지난 총선 때는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경주에서 당선됐다.

지난 8월 25일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지난 5일 용산참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서울지방경찰청이 화재 등 위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하고도 무리한 작전을 강행한 것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900명에 이르는 사이버 수사요원을 동원해 댓글공작 등 여론공작을 자행한 것도 김석기의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청와대는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국면 전환용으로 쓰라고 서울경찰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하니 할 말을 잃는다. 

현재 ‘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가동 중이다. 검찰 적폐 청산과 인권 범죄, 국가폭력 단죄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경찰청 조사위가 촉박한 시간과 조직의 한계로 인해 조사 하지 못한 경찰지휘부의 범법 행위와 청와대와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밝혀주기 바란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를 철저히 수사하고 “김석기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용산참사 지휘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불행하게도 김석기 의원 등 관련 책임자에 대한 공사시효가 끝난 상태다. 용산참사 같은 국가폭력은 공소시효를 없애야 마땅하다. 

21세기에 인권범죄와 국가폭력에 공소시효가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수치다. 국회에 관련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소급적용할 수 있게 법률을 만들어 인권범죄와 국가폭력을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인권범죄와 국가폭력을 단죄 않으면 우리 사회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경찰청 진상조사위가 용산참사의 원인이 김석기 의원의 무리한 진압에 있다고 밝힌 마당에 이전처럼 ‘내가 무엇을 잘못 했냐?’ 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국가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고 인간 존엄성과 양립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김석기씨는 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죄하고 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인간으로서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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