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 전경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18.9.13
개성 만월대 전경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18.9.13

개성 송악산 아래 고려 궁궐터
8차 공동 발굴 3개월간 진행
독특한 궁궐 짓는 기술 담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대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북 문화교류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최근 남북이 8차 ‘개성 만월대(滿月臺) 공동 발굴’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문화교류의 마중물로서 만월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려 궁궐터 ‘만월대’

개성 만월대는 개성시 송악산(松嶽山)에 있는 고려시대의 궁궐터다. 조선으로 치자면 경복궁과 같은 격이다. 919년(태조 2) 태조가 송악산 남쪽 기슭에 도읍을 정했다. 궁궐을 창건한 이래 1361년(공민왕 10)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될 때까지 만월대는 고려왕의 주된 거처였다. 본래 고려 궁궐 정전 앞 계단을 의미하지만, 지금은 궁궐터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국보 문화유물 제122호로 지정돼 있다.

만월대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지어졌다. 조선후기에 편찬된 ‘중경지(中京誌)’ 권4 궁전조에 보면 “만월대는 회경전의 기대로, 고려사에 의하면 망월대라고 하는 궁내의 한 대이다. 망월대는 속칭 만월대라고도 하는데 이는 망(望)과 만(滿)의 소리가 비슷해 이처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만월대의 가장 큰 특징은 고려의 독특한 궁궐 짓는 기술에 있다. 다른 시대의 왕궁과 달리 고려는 궁궐을 지을 때 땅 위에 궁궐을 지을 높은 터를 만든 후 그 터 위에 건물을 계단식으로 올렸다. 그래서 궁궐의 지붕이 층층이 보여 매우 웅장한 모습이었다.

왕궁의 가운데에는 정전인 회경전(會慶殿)이 세워져 있고 동서로 단칠한 계단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중심으로 궁성 동쪽 벽까지 약 135m, 서쪽 벽까지 약 230m, 남쪽 벽의 성문인 승평문(昇平門)까지 약 250m 길이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별도의 전문이 있으며 규모가 매우 장대했다. 건물배치는 크게 회경전 중심의 외전 일곽과 고려왕실의 보물을 보관하던 장화전 중심의 내전 일곽, 서북쪽의 침전 일곽으로 구분돼 있다. 궁궐 내부에는 흐르던 개천에 놓인 돌다리 만월교, 수만 권의 장서를 보관했던 임천각, 불교 사찰인 법운사와 내제석원이 궁궐 내에 위치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만월대는 고려시대 왕궁을 짓는 기술과 배치 기술이 담겨있고 고려왕실의 생활 모습을 알려주는 문화재다.

2018년 발굴 예정지역, 중심건축군 서편 축대 구간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18.9.13
2018년 발굴 예정지역, 중심건축군 서편 축대 구간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18.9.13

◆만월대 발굴사업 진행 과정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은 2005년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 후 2006년 남측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첫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남북의 발굴단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차에 걸쳐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로써 40여동의 건물터와 금속활자, 청자, 도자기 등 1만 6500여점의 유물을 발굴했다.

이번 남북 발굴조사는 8번째 진행된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위원장 홍순권)와 문화재청(청장 정재숙), 통일부(장관 조명균)는 지난 6일,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재개를 위해 개성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실무협의를 개최했다. 이에 따라 9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3개월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와 유적 보존사업이 시행된다. 10월 2일 남북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착수식이 열린다. 발굴조사는 훼손이 심한 ‘만월대 중심 건축군 서편 축대 부분’에서 실시한다. 이후에는 남북의 전문가가 보존정비 방안을 논의해 축대 부분의 정비까지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남북 공동 발굴, 왜 중요하나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사업은 어려운 남북관계 속에서도 꾸준히 지속해온 남북 간 ‘역사문화협력’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공동 발굴 진행은 2007년 남북이 해오던 방식과 동일하다. 문화재 발굴에 사용한 우리 장비는 다시 환수해온다.

문화재청은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그간 중단됐던 문화재분야의 남북교류 협력을 재개하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이를 계기로 평양 고구려고분 남북 공동 조사 등 남북 간 협력을 확대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화재청은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과 고구려 고분 공동조사 등 남북 간 문화재 교류를 위해 1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11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재는 휴전선이 없다”며 “우리가 헤어져 있는 동안 생산된 것에 많은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에게 핏줄이 흐르듯 문화재도 그렇다”며 “앞으로 남북이 문화교류를 위해 손잡고 함께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