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의 콥트 기독교 주교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일부 구절이 후대에 삽입됐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가 무슬림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26일 일간지 이집션 가제트 등에 따르면, 콥트 기독교회에서 교황 셰누다 3세에 이은 2인자로 인정받고 있는 비쇼이 주교는 지난주에 코란의 일부 구절이 기독교 신앙과 모순된다면서 이들 구절이 후대에 예언자 모하메드의 후계자에 의해 삽입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발언은 코란이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신의 계시를 받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평생에 걸쳐 계시를 집대성한 것이라는 무슬림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비쇼이 주교의 발언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변호사 115명은 그를 종교 모독 혐의로 고발했으며, 무슬림 수천 명은 그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태가 확산하자 비쇼이 주교는 현지 언론에 자신의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코란의 신성을 부인한 데 대한 무슬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집트 최대의 야권 조직이자 무슬림형제단은 "코란과 예언자를 비방하는 자에게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무슬림들에게 촉구했고, 수니파 최고의 이슬람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는 성명을 통해 "그런 무책임한 발언이 국민적 통합을 저해한다"고 비난했다.

이집트에서는 전체 인구 8천만 명 중 무슬림이 90% 이상을, 콥트 기독교인이 6∼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편이나 이따금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이집트 남부 케나 주의 나그함마디 마을에서는 지난 1월 무장괴한들이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는 콥트 기독교 신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7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에서는 2005년 기독교 교회가 이슬람을 모독하는 연극을 담은 DVD를 유포한 것을 문제 삼아 무슬림들이 폭력시위를 일으켜 3명이 죽고 90여 명이 다쳤다.

콥트교는 예수의 신인양성론을 거부하고 신성만을 신봉하는 기독교의 분파며, 이집트를 중심으로 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 시리아 등지에 신자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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