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 워싱턴 DC 대주교인 도널드 우얼 추기경. (출처: 연합뉴스)
미국 가톨릭 워싱턴 DC 대주교인 도널드 우얼 추기경. (출처: 연합뉴스)

사제들에 편지 보내 사임의사 내비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제들의 아동성학대 은폐 논란이 미국 가톨릭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워싱턴교구 대주교 도널드 우얼 추기경이 자신의 사임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논의할 예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우얼 추기경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사제들에게 보냈다. 우얼 추기경은 “이제 우리의 이슈는 고통받은 (성폭행) 생존자들을 새로운 수준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이 추문으로 상처받은 충실한 신도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구 안팎으로 아동성폭력 은폐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의 입지뿐 아니라 성직자의 자격 논란까지 일며 더 이상 사임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얼 추기경은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교구에서 주교로 사역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일어난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성학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얼 추기경은 8월말 교황에게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상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12일 사임 의사를 밝혔었던 그는 조만간 로마로 가서 교황과 만날 예정임을 전했다. 2015년 추기경의 정년퇴임 나이인 75세가 된 우얼 추기경은 사임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교황은 특별한 답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의 사임을 유보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교구 대변인은 “우얼 추기경의 편지가 공식적인 사임을 말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의 편지는 ‘새로운 시작’을 요청했다. 그는 사제들의 답변을 듣고 다음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의 사태 수순을 밟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교황과의 만남 일정 등이나 최종 결과 발표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14일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대배심이 2년여 조사 끝에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70여년간 가해 성직자만 300명 이상이었으며 피해 아동은 1000명이 넘어 충격을 안겼다. 대배심은 수십명의 목격자와 6개 가톨릭 교구의 수십만 페이지의 내부 자료 검토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사결과 대부분 피해자는 소년들이었고, 사춘기 이전 시절이었다. 일부는 성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쉬 샤피로 검찰총장은 “주내 및 바티칸의 고위 성직자들에 의한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며 “은폐는 정교했고, 놀랍게도 교회 지도부가 성학대와 은폐 기록을 보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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