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기 (주)다일 생명공학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성기 (주)다일 생명공학 대표 인터뷰
美 멕시코만 기름유출 때도‘ 미생물’ 이용한 해결책 제시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4대강 사업은 필요하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동시에 최적의 땅 물 공기 햇빛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연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존해야할지 생각해야 한다. ‘미생물’은 오염된 강을 친환경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파 미생물 분야 박사인 이성기(주)다일 생명공학 대표는 ‘미생물 토종기술 가이드’라고 불러도 될 만큼 다년간 현장에서 터득한 미생물 관련 국내 기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있다.

미국에서 멕시코만 기름유출 때문에 해외 연구원의 아이디어를 동원할 때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이 연구해온 미생물 기술을 친절히 던져준 이가 바로 이성기 박사다. 그는 멕시코만 기름유출 문제로 미국의 연방 정부와 주고받은 메일이 현재까지 수백 통에 이른다. 그런 그가 여러 가지 이해타산에 얽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온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많은 산업폐기물이 강으로 버려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이 오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강에 맞는 미생물을 정확히 알고 사용한다면 어떤 화학 약품이나 물리적인 방법보다도 강의 수질을 높여주고 순환이 잘 되게 만들 것이다.”

이 박사는 “많은 사람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토목공정과 예산 및 일반적인 환경오염 문제에만 관심을 둔다”며 “4대강은 우리나라 중요 생태계이기 때문에 미생물이라는 생태학적 접근이 반드시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생물은 오염된 물질을 분해하고 생태계 환경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단, 그 환경에 맞는 미생물을 투입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박사는 “4대강 미생물에 대해서 깊이 연구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 미생물을 가장 먼저 접목해 볼 만한 것은 준설토”라며 “4대강에 맞는 미생물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면 오염된 준설토를 건강한 흙으로 재생해서 농토 등 여러 곳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물을 활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많은 연구와 테스트를 선행해야한다. 이는 유해물질에 대한 4대강의 상태를 진단하고 강에 맞는 미생물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멕시코만 기름유출에 대한 해결책을 미국에 제시할 때도 이성기 박사는 이 단계를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퇴적토가 오염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조차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강이 산을 끼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70%가 산으로 돼 있는 특이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박사는 각 나라의 생태계가 다른 만큼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다른 나라 강 사업의 결과 및 해외전문가의 말로 우리나라 4대강사업의 성패여부를 섣불리 결정짓거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미생물 분야 전문가들이 많다. 미생물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미생물 분야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150여 년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협력해 4대강을 살린다면 미생물 분야에 있어서도, 4대강 사업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이성기 박사는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서민들에게까지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잠재돼 있다. 세계에서 단일으뜸인 김치·된장·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이 이를 증명해준다. 우리나라 미생물 분야가 한층 더 발전되고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성기 박사는 처음부터 미생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시골에서 태어나 농장주가 되는 게 바람이었던 그는 대학시절에 미생물 분야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흥미를 느꼈다. 그 세월이 30년이나 흘러서 미생물과는 오랜 친구가 돼 버렸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곳곳에 어떤 미생물이 있을지를 감으로나마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박사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은 손맛’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지 아는가. 사람 손에도 효소가 있어서 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다른 맛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치도 맨 손으로 담그는 게 좋다고 귀띔하는 이 박사. 중국이 기술적으로 복사를 못 하는 게 없는 민족이지만 미생물을 활용한 우리나라 전통발효 기술만큼은 예외라고 말한다.

이 박사는 “4대강을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미생물 서식 공간도 없어질 것이다. 미생물이 타 자연계와 의사소통을 하는데 그것을 끊어버리면 사람도 살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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