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부터 2일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올해만 벌써 3번째이고, 역대 정부를 통틀어 제5차 남북정상회담이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이뤄진 3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남북 정상들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화해에 확고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국회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에 대해 정상회담에 동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임 실장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대승적 견지에서 동행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청와대가 공식 제의한 지 1시간여 만에 거부했다. 문 의장이 부의장단과 협의를 거쳐 내놓은 입장은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가 정부의 들러리가 되가 싫다는 뜻이다. 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같은 입장으로 거부한바 이쯤 되면 청와대가 모양새를 내려다 오히려 자충수를 둔 결과를 내고 말았다.

정통성을 경쟁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두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동행은 반대할 수 있겠지만 국회와 정부가 함께 남북정상회담에 힘을 싣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문 의장이 국회부의장을 설득하지 않고 거부 결정한 것은 여러 의미가 실려 있다. 문희상 의장은 국가발전과 민주주의 신장에 원칙을 지켜왔던 분으로 평소 의정관(觀)은 합리적으로 소문나 있다. 여당의 신분으로서 국회의장에 선출된 만큼 정부·여당의 입장에 반대하지는 않을 터인데, 남북정상회담 동행 거부는 청와대와 국회의장실과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취임 후 통일특보를 두는 등 남북화해에 열의를 보였다. 남북 국회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음에도 청와대가 국회의장실과 사전 의견 조율 없이 공개적으로 동행 제안한 것은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동시 외국을 방문한 사례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있었는가? 방북의 특수성도 있지만 경솔한 청와대의 국회의장 동행 제의로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정부를 지원 또는 견제하는 게 국회의 몫인데 국회의장과 야당 정당 대표에 대한 들러리(?) 제의는 청와대의 지나친 의욕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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