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요즘 지하철을 타보면 고개가 축 처진 2030세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웃는 얼굴보다는 근심이 가득하거나 사회와 차단된 채 스마트폰만 벗 삼아 기계에 마음을 담아둔다. 지금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걸까. 어떠한 뚜렷한 목표와 희망, 기대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대란을 맞이한 젊은이들은 지금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만명 밑으로 내려간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1만명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이제 청년실업률은 취업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꽁꽁 얼어있다. 아직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백수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아직도 공무원이 되겠다고 노량진 학원을 마지막 끈으로 쥐고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 없는 성장 시대 취업난의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대기업 출신의 5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우리 세대는 행복한 세대다. 대학만 졸업해도 대기업, 중견기업에 취업이 됐고 공무원 되기도 쉬웠다”며 “지금 2030세대들은 불쌍하다. 상위 10% 직업군에 속하거나 금수저가 아니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힘들고 집은 매수하기 힘들어졌으며, 물가는 높아지고 이혼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이웃나라 일본은 지금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의 에코붐 세대가 2000년대 초반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대란을 겪었으나, 지금은 일본경제가 호황을 맞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취업 대상자 50만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5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최진석(31)씨는 “결혼을 해도 걱정이고 하지 않아도 걱정이다. 부모님의 등살에 못이겨 결혼을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결혼을 몇 년 뒤로 미루고 돈을 더 모아야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 집에 살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신보라(26)씨는 “부모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평일 저녁은 주로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 식사자리에서 유난히 ‘취업은 언제하니?’라는 말이 스트레스로 다가와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언급했다.

청년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인생을 사는 데 꼭 정답은 아니다. 남을 모방하고 사는 것보다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고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10년 단위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자신에게 꼭 맞는 일자리를 분석하고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국민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늘려 청년 일자리를 해소하려 하지 말고, 청년들과 자주 ‘취업토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게임, 디자인, 항공정비, 미용, 조리, IT, 문화예술 분야의 실질적 일자리 창출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남북평화, 비핵화, 남북정상회담 등은 지금 생존에 직면해 있는 청년들에게는 유토피아,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세계일 뿐이다. 일자리 청년을 양성하는 대학들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뒷받침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전문인 양성에 노력해야 한다. 창작 아이디어, 문화예술콘텐츠 양성, 새로운 트렌드 분석을 잘할 수 있는 인재들이 보다 용이하게 일자리를 잡고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손에 쥘 수 있도록 대학들도 투자하고 힘을 써야 한다.

교육부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더 이상 입시 위주가 아닌 교육혁신을 통해 고교 1학년 때부터 공부 혹은 기술로 카테고리를 나눠, 기술로 가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학교, 기술학교, 특성화 고등전문학교를 더 많이 설립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도 않은 대학 전공을 점수 때문에 입학해 방황하고 결국 취업실패로 이어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고 있다.

청년 일자리 풍년을 맞이한 일본은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고 기업이 원하는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전문대가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공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전역 51곳에는 5년제 고등전문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고등전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 기술과 5년 교과과정을 통해 전문 테크니션으로 성장하며, 100% 취업률을 달성하고 있다. 고등전문학교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 취업률이 높고,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학생들은 5학년이 되기 전부터 기업 취업설명회를 통해 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니콘, 캐논, 도요타, 파낙, 타마딕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젊은 테크니션 모시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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