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두드러져… 새로운 시도보다 경험재 선택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조영남식 잠자리 안경은 이미 젊은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으며, 1980년대 여성해방운동과 함께 일었던 어깨에 패드를 넣은 ‘빅 룩’ 패션 역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8년을 정점으로 ‘복고’가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원래 복고는 패션업계에서 많이 애용하는 아이템으로 꼽혔지만 최근 들어 대중문화까지 복고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케이블 tvN의 인기 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1980년대 콩트 형식을 빌려 온 것으로 현재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 또한 1970년대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된 MBC <제빵왕 김탁구>의 배경은 1970년대로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기다. 주인공 김탁구(윤시윤)가 고난을 이겨내고 제빵업계 1인자로 우뚝 올라서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한 사람이 노력해서 성공하는 삶도 당시 특수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탁구가 당대 코미디언 흉내를 내는 등 그 시대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됐다.

TNmS에 따르면 <제빵왕 김탁구>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무려 50.8%에 이르러 ‘복고’라는 특수성을 잘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제빵업계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제과류도 선보여 많은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탁구 빵을 산 김창수(53, 서울시 용산구) 씨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빵은 어릴 적에 많이 보던 빵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옛날 그 빵을 먹고 싶어서 샀다”며 “아이들에게는 새로움을 우리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옛 것을 선호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퇴행심리’를 꼽는다. 사람들은 주변 환경이나 외부 또는 내면에서 힘들어할 때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돌아가려는 심리가 있다. 유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편안한 시기로 인식되고 있다.

‘복고’는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불경기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경험재를 선택한다. 아울러 불경기에 가장 먼저 매출이 줄어드는 문화 분야로 복고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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