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천지TV=김미라 기자] 1922년 평양 출생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1세대 거장인 김중업(1922~1988).

이름은 몰라도 그가 설계한 건물은 모르는 이가 없다 할 정도로

김중업의 손을 거친 건축물들은 한국에서 기념비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건국대 언어교육원으로 쓰이는 구 건국대 도서관 건물과
부산대·서강대 본관 등 유수의 대학 건물들.

1985년 63빌딩이 탄생하기 전
서울 마천루의 효시이자 한국 현대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삼일빌딩.

전통가옥의 선을 모티브로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 처마선이 돋보이는
김중업의 대표작 주한프랑스대사관.

그의 유작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진 ‘세계평화의 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건축의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는 건축가 김중업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타계 30주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평생의 스승이 된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와의 만남

그는 스승으로부터 1952년 10월부터 3년 6개월간
건축과 도시계획, 자아 발견의 가르침을 전수받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김중업의 작품세계는 서구적 모더니즘 건축 양식에
한국의 미를 더해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기원이 됐는데요.

한국문화 속 샤머니즘적인 체험과 내면에 분출된 원초적인 힘.

보이지 않는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주제로

시정(詩情)이 흐르는 생략적이고 암시적인 장치를 통해
건축에 대한 정취를 잘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건축가로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는데요.

1971년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해 일으킨 ‘광주대단지사건’.

단지 밑그림을 그려 집을 짓는 일을 넘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던 김중업은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건축정책에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가
소위 블랙리스트 건축가로 낙인찍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파리로 추방당하기 직전 발표했던 삼일빌딩은 당시 초고층 31층 건물로

빠른 속도로 발전되는 서울의 위상을 잘 나타내며
김중업의 오피스 빌딩 작품 중 가장 수작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올곧은 선을 긋게 하는 건 곧 건축가의 자존심.

펜으로 그린 도면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며
건축가가 치열하게 그려낸 삶과 의지를 더듬어봅니다.

도약과 비상이라는 언어로 건축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길 원했던
김중업 다이얼로그전은 12월 16일까지 이어집니다.

(영상취재/편집: 김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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