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철거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철거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상도유치원 철거 현장 가보니… 주민들 “언제쯤 철거 끝날까”

2차 피해 대책 부실하다는 지적도… 미세먼지 마스크 쓴 시민 곳곳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서울상도유치원이 지반 불안으로 인해 기울어진 지 닷새째가 된 10일, 기자는 상도유치원 철거 공사 현장을 찾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주민들은 철거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 문제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철거 공사가 재개된 이날 오전 9시 30분. 대형 굴착기가 상도유치원 건물 벽면을 허물자 귀가 찢길 듯한 굉음이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굴착기가 건물을 짓뭉갤 때마다 자욱한 연기와 함께 유치원 내부에 있던 매트와 훌라후프, 장난감 등이 돌더미와 함께 뒤엉켜 쏟아져 나왔다. 건물을 붕괴하는 굴착기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뿜어져 나왔지만 건물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흩날리는 먼지들을 잡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경찰은 철거 현장 인근으로 폴리스 라인을 치고 현장을 통제했다. 인근 일부 주민들은 경찰의 통제 아래 현장 앞에 나와 걱정스러운 눈으로 철거를 지켜봤다.

붕괴된 유치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윤원규(80, 여)씨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건물 잔해가 언제 굴러떨어져 집을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윤씨는 “아직도 심장이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있다”며 “어제도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건물이 더 무너지진 않았나 살피러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구청 등 기관의 2차 피해 대책이 부실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사고 당일엔) 국회의원도 왔다 가고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다 갔다 했지만, 소리만 컸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주민센터도 ‘정 불안하면 와서 자고 가라’는 식이고 주민들의 불안감에 대해선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인근 주민 최동민(가명, 60대, 남) 씨는 “소음이야 그렇다 쳐도 먼지가 너무 심하게 날린다”며 “오늘 안으로 철거 공사가 끝난다는데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트라우마’로 여태껏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주민도 있었다. 백석기(58, 남)씨는 현재 ‘이재민’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백씨는 “사고 당일 집이 들썩들썩했다”며 “불안해서 잠은 밖에서 자고 있고 낮에만 잠깐 들리는 정도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철거 공사 중에는 “분진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는 주민 반발로 철거작업이 1시간가량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자 아예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들이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먼지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창문도 못 열어놓고 생활하고 있는데 언제 현장 정리가 다 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동작구청은 이날 오후 6시쯤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청은 1차적으로 건물의 전면부 필로티 구조 철거와 토사 정리를 하고 이후 나머지 건물 본체와 지하층 철거를 할 예정이다. 

남궁용 동작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은 전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진동과 소음을 고려해 건물을 부수는 방식이 아닌 뜯어내는 방식으로 철거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철거 이후 인근 건축물과 지반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밤 11시 22분께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인근 주택가 주민 50여명이 상도4동주민센터로 긴급히 대피했다가 복귀했다. 

한편 상도유치원 붕괴를 두고 ‘부실 건축’ 가능성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도유치원을 바로 철거하는 것은 범죄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라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상도유치원 자체도 부실건축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그 지반이 단층 지반인데 철근을 충분히 박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 옆의 공사 때문에 무너진 측면도 있지만 유치원 건설 기반 자체가 부실했기 때문에 그 원인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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