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자료사진. ⓒ천지일보DB. 2018.8.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자료사진. ⓒ천지일보DB. 2018.8.3

환자, 스스로 메르스 감염 알고 있었을 가능성 있어

병원 이동 시 부인은 자가용, 환자는 리무진 택시

의협 “해외유입 감염병에 감염당국 관리 실패 사례”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병한 가운데 확진환자 A(61)씨는 감염 가능성을 알았지만 문진만을 한 검역당국은 이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9일 시청사에서 진행된 메르스 대응 관련 대책 회의에서 “환자는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이 없었다’고 말했는데 (A씨는) 아내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했다”며 “병원으로 이동할 때도 아내는 자가용으로 이동한 반면 본인은 리무진 택시를 타고 따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또 조사관은 “환자가 지난달 28일에 소화기 증상과 오한 증상이 있었다고 했고 의료기관을 2번 갔다. 이달 4일에 입국하려고 했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연기를 하고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며 “귀국 당일에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공항에 갔다. 아마도 열이 측정 안 됐던 것이 수액이나 약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사관의 말에 따라 A씨는 본인의 몸 상태에 대해 신경 썼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웨이트에서 몸이 악화된 A씨가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지인을 지목해 상담했다는 것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조사관이 말한 수액에 대해서도 현직 의사들에 따르면 수액만으로는 열이 떨어지지 않지만 그 안에 해열제를 함께 넣으면 발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도 9일 열렸던 메르스 대응 긴급회의에서 “환자 이동의 전 시간대에 걸쳐 합리적인 의문을 세세하게 해소해줄 만큼 역학조사를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며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두철미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그는 “비행기 안이라는 곳이 밀폐된 공간이고, 확진환자가 비즈니스석에 탔다고 하지만 화장실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반 이코노미 승객도 다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며 “밀접접촉자로 확인된 21명 외에도 추가로 조사할 것을 질병관리본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휠체어를 요구했지만 검역관은 A씨가 10일 전에 설사를 했고, 체온이 정상으로 나온 점 등을 고려해 문진만 하고 메르스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A씨가 설사 이외의 증상을 알리지 않았고, 귀국 이후 고열이 났다”며 “입국할 당시보다 지역사회에 들어와 고열이 발병하는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이번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에 대해 “확진자 스스로 공항에서 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로 초기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메르스 확진과 격리가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검역 관리의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중동 방문력과 환자가 복통과 설사를 호소했다는 점 등을 주의 깊게 살폈더라면 검역단계에서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동선 최소화, 보호구 착용 등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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