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외 블로거를 모집해 한국을 알리고 있다. 왼쪽은 한국에서 박물관을 견학하고 있는 외국인의 모습.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자문포럼에서 외국인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위). 지난 3월 출범해 현판식을 갖고 있는 국가브랜드위원회 관계자들과 방문단(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국가브랜드위원회)

한국 브랜드 지수 50개 국가 중 33위로 하위권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아우디, 한국의 현대 자동차···. 세계 여러 나라의 브랜드에는 그 나라의 이미지와 국민성이 함축돼 있다. 그 나라의 브랜드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이미지가 바로 국가브랜드이다. 이와 관련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보고로 평가받고 있는 안홀트 보고서는 국가브랜드 지수와 경제력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안홀트 국가브랜드 지수 순위(2008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브랜드 지수는 50개국 중 최하위권. 1위는 독일, 2위는 프랑스, 3위는 영국으로 나타났으며 가까운 일본은 5위, 중국은 우리보다 6계단 앞선 28위로 확인됐다. 한국은 34위인 태국보다 한 단계 앞선 33위 수준에 그쳤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지난 3월 분기 보고에서 안홀트 보고서를 예로 들어 세계 13위 경제대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이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기준 미달의 브랜드 지수를 갖고 있어 이미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낮게 측정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국이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은 점, 낮은 글로벌 시민의식, 다문화를 포용하지 못하는 자세 등을 들었다.

◆국격 제고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이를 위해 대통력 직속기관으로 지난 3월 출범한 것이 국가브랜드위원회. 한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민과 함께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 만들기’란 비전을 세웠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 기여 ▲첨단 기술·제품 ▲문화·관광 ▲다문화·외국인 ▲글로벌 시민의식 총 5가지를 역점 분야로 선정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5가지 역점 분야 중 다섯 번째인 글로벌 시민의식 부분은 더욱 중요하다. 다른 나라가 역사나 기후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이미지가 평가받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한국인’ 자체가 국가의 이미지를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글로벌 시민의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관광경쟁력 133개국 중 115위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09년 국가브랜드 지수를 재는 항목을 8가지로 나눠 조사한 결과 시민의식 등을 평가한 ‘국민’ 부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50개국 중 실체 33위 이미지 22위로 나타났다. 8가지 항목은 경제·기업, 과학·기술, 인프라, 정부 효율성, 전통문화·자연, 현대문화, 국민, 유명인으로 나뉜다.

이 중 ‘국민’ 부분의 성적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과학·기술’ 부문(실체 3위·이미지 9위)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점수다.

이 연구를 진행한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민 부문은 외국인에 대한 호의, 매너 등 글로벌 시민의식, 기초 질서 준수 수준 등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조사에서 한국인의 글로벌 시민 의식도는 더 낮게 평가된다. 2009년 3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33개국 관광 경쟁력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한 국민 환대 태도·관광 개방성을 나타낸 한국의 관광 친밀도는 115위에 머물렀다.

이를 위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2013년까지 시행목표로 한 과제는 글로벌 에티켓의 생활화다.

◆‘글로벌 시민’을 위한 노력
‘서양화와 동양화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로 네티즌의 큰 호응을 일으켰던 LG광고를 시작으로 위원회는 현재 ‘글로벌 시민 탐구생활 캠페인’ 시리즈를 방영 중이다.

광고에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 방문객에게 어떻게 친절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소개한 영상으로 꾸려졌다.

11월까지 방영될 예정인 시리즈 캠페인에는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엘리베이터에서의 작은 배려’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하기’ ‘처음 만난 사이엔 개인적인 질문 자제하기’ ‘영어 몰라도 친절하게 관심 갖기’ ‘감사합니다 잊지 말기’ 총 6편이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워 줄 전망이다.

관계부처와 함께 연계하는 사업도 활발히 시행된다. 2010년에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외국인 맞이 범국민 환대 서비스 개선 캠페인 ▲민간 항공기와 공항철도 등과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에티켓 사업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하는 인터넷 윤리의식 제고 사업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글로벌 관광 에티켓 지수 개발 및 활용 등 시민의식을 고취를 위한 바쁜 손길이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이미지
‘친절 한국인’으로 국격 제고에 큰힘


▲ 동양화와 서양화 속 인물들이 만나는 독특한 콘셉트로 한국을 소개한 광고의 한 장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친절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외주로 제작했다. (자료제공: 국가브랜드위원회)
▲ 남녀탐구생활을 각색한 글로벌 시민탐구 생활의 한 장면. 탤런트 정가은이 함께한 이 공익광고는 시리즈로 제작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까지 방영될 예정이다. (자료제공: 국가브랜드위원회)

특히 국민 환대 서비스 캠페인은 앞서 말한 관광 친밀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미소 국가대표를 선발해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인천국제공항 직원과 근처 택시 운전기사, 관광업계 종사자에게 친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당신의 미소로 한국을 선물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은 친절 홍보 스티커 11만 장도 항공·면세점·지방자치단체 곳곳에 배포됐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이 같은 활동은 의식 개선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당장 시행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국가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리서치가 작년 6월부터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가브랜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35.6%만이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6월에는 63.9%로 크게 늘었다. 이어 응답자 중 국가브랜드가 중요하냐는 질문에 90.3%가 중요하다고 답해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활발한 활동에 따른 해외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출범 전 해외 뉴스 노출건수가 2007년 396건, 2008년 756건이던 것이 2009년 6월 현재까지는 1114건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정아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시민국 과장은 “시행 6개월 만에 당장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국가 이미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민의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과장은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변화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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