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복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복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양적팽창·보편적복지 한계 노출”

복지시책 예타제·일몰제 제안

국민연금, 독립성·투명성 강화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총 470조 5000억원에 달하는 2019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162조 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7조 6000억원 증가했다. 복지 분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5%로 역대 최고치다.

회계연도와 환율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얼마 전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도네시아의 2017년 정부 예산이 1548억 달러(출처: CIA World Factbook 2018)다. 원달러환율 1113원을 적용하면 대략 172조원 정도며 인도네시아의 재정지출 규모는 세계 27위다.

우리는 웬만한 나라 정부예산 전체와 비슷한 규모의 재정을 복지 분야에 지출하고 있다. 복지에 많은 재정이 투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국민들의 삶을 챙긴다는 의미다.

문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예산의 1/3을 차지하는 복지 분야 지출을 살피고 견제해야 하는 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자유한국당 이명수(충남 아산시 갑) 의원을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명수 위원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2019년 정부예산안을 평가한다면

예산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너무 팽창됐다는 느낌이다. 복지 분야도 예상보다 훨씬 증가했다. 국민들에게 많은 걸 해줘야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어려운 경제, 양극화 등을 고려해서 실질적인 복지의 수준을 높이고 예산의 효율성을 기해야 하는데 외형만을 키우는, 어떻게 보면 ‘국민들 표를 의식한’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총 복지예산은 크게 늘었어도 독거노인, 쪽방촌, 장애인 이런 분들은 과거와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들 한다. 복지예산 70~80조일 때나 160조가 됐을 때나 이분들에 대한 지원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어려운 분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하는 등의 질적인 성장이 수반돼야 한다.

◆복지의 개념·항목이 확장되면서 국가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민이 삶을 국가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것을 중앙정부 주도로, 세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분리해 중앙정부는 필요한 것에 대한 정보·제도·재원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복지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또한 민간의 역할, 참여도 이뤄져야 하는데 중앙정부 혼자서 하려고 하니 ‘저출산 문제’만 해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관·대학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같이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이 점이 안되고 있다.

◆복지정책에서 문제점이 있다면

중장기적 그림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어 노인·아동·여성 등 분야별로 복지의 방향이 있어야 하는데 단기 현안 위주로만 가고 있다. 그때 그때 대통령이 관심 갖는 것, 대통령의 공약, 언론에서 제기되는 것 등에 매몰되는 듯한 아쉬움이 든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만 해도 진작에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꾸준히 추진해왔다면 지금은 성과를 낼만한 시점일텐데 그걸 못했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특정 시기나 특정 정부에서 이것을 완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중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하려고 한다. 그리고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관리가 안되는 점에 대해서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세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힘쓰겠다. 쪽방촌, 저소득 장애인, 30만명의 희귀난치병 질환자 등 우리 사회 곳곳에는 보편적 복지나 양적 팽창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최근 복지 관련 논문 중에는 ‘보편적 복지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복지의 그물망을 촘촘하게 해 나가도록 틀을 만들 것이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복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복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복지정책 추진에 있어 정부에 제언한다면

복지라는 것은 한번 정책을 세우면 후퇴하기 어렵다. 그리고 필요한 재원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속도조절도 필요하다.

대단위 재원이 투입되는 복지시책을 추진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를 도입해서 사전에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라도 가령 5년마다 효과를 점검해 수정·보완·지속여부를 판단하는 일몰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이 정해졌다고 해서 10년, 20년 그대로 간다는 것은 재정면에서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젠 선택적·맞춤형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예로 들면 ‘주니까 받긴 하는데 월 25만원 안받아도 큰 문제 안된다’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더 어려운 분들은 25만원이 아니라 50만원, 100만원을 지원해야 생활이 된다. 소득기준을 강화해서 지급받는 숫자는 줄이되 필요한 분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국민연금의 문제와 방향성에 대해

국민연금이 그동안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금운용에 있어서 독립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단기 성과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전문가가 기금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장 인사도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늦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립성·투명성을 확보하고 전문가가 올 수 있도록 기금운용하는 사람들의 대우도 일반 직원들과는 차별화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상태로는 40년 후면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소득대체율 조정과 보험료율 인상도 전문가 등 각계 각층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소득 상한액을 높이는 문제도 국민연금은 많이 내고 적게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나왔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13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인구 문제를 중장기적 아젠다로 보고 추진을 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노무현 정부에서 출범했지만 지난 정부까지도 인구문제를 크게 받아들이질 못하고 형식적으로 다뤄 온 측면이 있다.

우선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한달에 한번씩 회의를 열어서라도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그런데 1년에 회의 한두번 한다. 이래서는 안된다. 일본은 50년 후에도 인구 1억 유지를 목표로 2015년에 ‘1억 총활약상’이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우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국만 총리실에 있고 활동도 미진하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복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복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그룹홈(공동생활가정)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목소리가 높다

아동복지 관련 시설 유형이 너무 많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많이 안고 있다. 그룹홈은 여러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 중에서도 소외받는 곳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예산 지원이나 정부의 정책적인 관심이 적다.

이젠 복지시설을 통해 복지를 해결하기 보다는 탈시설, 재가복지의 요구와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앞서 복지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그룹홈의 역할은 크다고 본다. 그런데 예산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종사자들의 처우가 열악하고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복권기금에서 그룹홈 예산이 충당되고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 일반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요하게 다룰 문제는

국민연금·건강보험·저출산 등의 문제에 있어서 복지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고 최근 혈압약 발암물질 논란 등 의약품·식품 안전관리 문제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의료산업 분야에서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문의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를 만든다면 등록절차가 1년 걸리는 경우도 있다. 기간을 단축해 빨리 사업화 하고 수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지역구에 관심 갖는 사안이 있다면

아산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있어서 2/3 가까이 외지인들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이지만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도시의 양적 팽창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온양은 전통과 현대를 겸비한 곳인데 전통문화에 대한 개발이 부족해 이 부분도 신경 쓰고 있다.

또 지역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지역경제가 왔다갔다 하는 경향이 있어 건실한 중소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한다. 지역 대학과도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는데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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