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오지환 사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아침평론] ‘오지환 사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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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자들에 대한 기림과 보상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국가유공자나 국위 선양자들에게 훈·포장 등을 수여해 업적을 기리거나 법률 등에 의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애국지사들에 비할 수 없겠지만 각종 문화·체육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한 국제대회 수상자들의 활약상이 국민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던 것은 사실이다. 월드컵 4강신화에서 국민들은 환호했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러 퍼지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환희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문화·체육특기자로 국제대회에서 수상해 병역법과 병역법시행령의 병역면제 규정에 따른 수혜자는 모두 500명이다. 이 가운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으로 병역 특례자가 된 42명을 포함해 체육특기자가 220명이고, 각종 국제예술대회에서 수상한 예술특기자는 280명으로 체육선수들보다 60명이 더 많다. 체육특기자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경기가 실시간으로 중계돼 국민들이 시청해서 알고 있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국제대회는 수상자가 됐을 때 사후에 보도되는 등으로 국민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병역특례 논란이 컸고, 야구대표팀의 오지환, 박해민 사태로 병역특례제도 관련 국민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오지환 선수와 그 가족에게 일부 네티즌들의 비방이 따랐는데 실상을 따져보면 선수 개인이 그토록 비난받을 일이었을까 냉정히 생각해볼 만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방침에 따라 사상처음으로 야구 국가대표 전임감독제가 작년 7월 24일 실시되면서 선동렬 감독은 KBO총재로부터 사령탑이 됐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난 6월 11일, 선동렬 감독 체제는 그동안 선수들의 전적을 바탕으로 뽑은 국가대표 예비후보자 109명 중에서 24명의 아시안게임 명단을 밝혔는데 여기에 오지환(LG 트윈스) 선수와 박해민(삼성 라이온스) 선수 등 병역미필자 7명이 포함된 것이다.

최종 엔트리에서 두 선수가 선발되자 오지환 선수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셌다. 1990년생인 그가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2017년말까지 병역의무로 대체되는 상무 야구단 또는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 신청해야 했지만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자가 될 수 있으므로 의도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오지환 선수의 개인적 판단과 선택은 도외시된 논란이었다. 

사람은 저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신념을 가지고 희망을 키우게 마련이다. 신념이 운명을 바꾸고 기적을 만들어내기에 굳센 의지로 각고의 노력을 보태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공의 길로 내닫는다. 운동선수의 경우 포부가 더욱 간절할진대, 프로야구 선수 또한 누구라도 자신의 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특기인 포지션에서 프로 최고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바 오지환 선수도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지환 선수는 2017년 3월에 한국 고척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 당시 LG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던 그는 “WBC 대표팀에 뽑히기를 기대했는데 아직 실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며 한 번도 달지 못한 태극마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고, 미래를 기약하면서 2017년 말에 상무 야구단 지원계획까지 바꿨다고 한다. 자칫 그의 꿈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할 각오까지 했던 그의 선택이다. 이처럼 야구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 오 선수는 2018년 시즌을 위해 땀을 많이 흘렸고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찾아들었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오지환 선수는 병역 특례자가 됐지만 만신창이가 됐다. 병역을 기피할 생각도 없었고, KBO의 결정에 따라 선동렬 감독과 코치진 등에 의해 유격수 대체 자원으로 최종 엔트리에 뽑힌 그가 비록 주전은 아니었지만 경기에 나가 안타를 쳤다. 상대선수 도루 저지를 위해 포수가 던진 악송구를 몸으로 막는 선방도 했지만 포구 못했다며 비난받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서 환희는 먼 나라의 일이었으며 죄인 신세가 됐고 가족들도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만 했다.

선수 개인의 선택과 신념이 깡그리 묵살되는 현실에서 오지환 선수는 오뚝이처럼 일어서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대표선수의 활약이 부진한 가운데 ‘병역 면탈 금메달’ 논란에 쌓인 오 선수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4할1푼2리(17타수 7안타)로 펄펄 날고 있다. 마치 대표선수 발탁된 게 실력이었음을 보여주는 무언의 시위 같다. 법에 따라 2년간 현역입대까지 각오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세워 야구인생을 선택했던 오지환 선수에 대한 도 넘은 인신공격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언제쯤 걷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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