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수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김병준 “돈만 퍼주자는 얘기”
김성태 “국제공조 깨자는 것”
민주 “지금이 기회” 野 압박
김관영 “결의안 먼저” 중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문제를 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 제출이 임박하면서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비핵화 이행에 대한 담보 없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비준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판문점선언 비준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한국당이다.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판문점선언 비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만 지우는 정부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 밀어붙이기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판문점 선언을 무조건 비준 동의하라는 요구는 평화에 대한 담보도 없이 돈만 퍼주자는 얘기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비준 동의 근거로 제시한 남북관계법 제21조에 대해서도 “입법 취지는 중대한 재정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는 꼼꼼한 재정추계와 철저한 국회 심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 하에 추진돼야 한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준 추진은 국제사회 기류와도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른 실질적인 핵폐기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가운데 대한민국 국회 차원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 국회 비준 동의를 하자는 것은 국제공조를 깨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간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필요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은 “남북의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야말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지름길”이라며 한국당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해식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두 정상의 의지가 분명히 담겨 있다”며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확인한 바 있지만, 지금 북한은 거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그 변화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이룰 절호의 기회”라며 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입장차가 극명한 가운데 또 다른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은 여야 결의안 채택 후 국회 비준 문제를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기국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기국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9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결의안을 채택해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고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국회 결의안 채택 이후 비준 동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결의안의 내용에 대해 “국회가 비핵화를 선언하고 판문점 선언의 전체 맥락과 취지를 지지하는 입장, 평화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평화 정착 문제가 공유돼야 한다는 점, 국제사회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고 이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만든 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에게 정식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그는 판문점선언 비준안의 직권상정 가능성에 대해 “일방통행을 한다든지 직권상정을 하면 정쟁만 불러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는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남북정상회담 전에 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추진하는 이유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1조 3항의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제출 시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추계안도 첨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여권에서 야당을 향해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에 임박한 상태에서 비준안 강행 처리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른미래당도 직권상정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강행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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