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주최한 ‘5G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제로 열린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 이종걸 의원실) ⓒ천지일보 2018.9.9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주최한 ‘5G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제로 열린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 이종걸 의원실) ⓒ천지일보 2018.9.7

“어느 나라도 완화 움직임 없어”

“유연하게 적용하는 도구적 개념”

정부 “기조 유지하며 상황 예의주시”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망중립성을 완화하자는 입장과 폐지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G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망중립성 폐지를 두고 전문가의 입장이 갈렸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재로 간주, 인터넷에서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속도나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원칙이다. 이 원칙 덕분에 그간 콘텐츠사업자들은 데이터를 이용한 게임, 모바일음성통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콘텐츠 이용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불거졌다.

통신사업자들은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데이터망을 공짜로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내는 콘텐츠 사업자에 망사용료를 요구하며 망중립성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통신사에 사용료를 낼 수 있는 덩치 큰 CP만 살아남고 중소나 스타트업들은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우리 정부는 해당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미국전자프론티어재단(EFF)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는 “미국은 5G 시대를 맞아 최근 망중립성을 폐기했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팔콘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전역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됐지만 이를 번복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는 “아마존과 애플은 차고에 회사를 차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연방 정부의 조치 중 망중립성 폐기에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고 1000개가 넘는 소기업들은 망중립성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G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7
[천지일보=안현수 기자]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G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7

박경신 고려대 교수도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5G에서는 데이터의 사용방법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어느 나라도 5G 때문에 망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회선별 가격을 달리해 가격 차를 둘 것을 우려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조각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를 통해 CP(콘텐츠제공자)를 차별하게 되면 자본이 많은 기업은 높은 망 이용대가를 내면서도 경쟁적인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지만 중소 CP, 스타트업들은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반면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중립성을 인터넷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하는 도구적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국내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신 교수는 “과거와 달리 현재의 망중립성 원칙은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른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의 망 관리 권한을 일부 허용한다”며 “과거 우리나라가 ADSL, CDMA 등 ICT 인프라 경쟁을 선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5G 시대 역시 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CP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함에 따라 이용자의 통신요금 부담이 완화되고 트래픽이 늘어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중소 CP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강원대 교수도 정책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통신시장의 환경변화를 보면 네트워크 기술 업그레이드 등 사이클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중립성 정책이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각계에서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정부는 기존의 망중립성 원칙을 고수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정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미국의 망중립성 변화 등 외부환경보다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망중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망중립성 기본 원칙 기조는 유지하며 앞으로의 기술 발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논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곽진희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 2월 인터넷상생협의회를 출범해 논의했다”며 “전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책 보고서를 연말께 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협력해 관련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