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8일 저녁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남중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의학박사 교수가 현재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8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남중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의학박사 교수가 현재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8

보건당국 심층 역학조사 진행

바이러스 돌연변이 여부 조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국내에서 3년여 만에 발생한 메르스 환자가 업무차 출장을 가서 머물렀던 쿠웨이트는 보건당국이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심층 역학조사로 구체적 감염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거주 61세 남성 A씨는 출장차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쿠웨이트 알주르(Al-Zour)를 들렀다.

환자는 쿠웨이트에 머무는 동안 설사 증상으로 8월 28일 현지 의료기관을 찾았다.

환자는 쿠웨이트 출창을 끝내고 6일 오후 10시 35분부터 7일 새벽 1시 10분까지 두바이(EK860편)를 경유해 에미레이트 항공(EK322편)으로 7일 오후 4시 51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두바이에서는 환승을 위한 짧은 시간만 머물렀기에 잠복기(2∼14일) 등을 고려하면 쿠웨이트 현지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외교부는 A씨를 통해 쿠웨이트 현지에서 접촉한 한국인의 감염 여부도 파악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메르스에 걸린 감염지역으로 쿠웨이트를 의심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지난 2016년 8월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2년간 메르스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쿠웨이트는 질병관리본부가 검역법에 따라 특별관리(검역)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정한 메르스(MERS) 오염지역 명단에서도 빠져있다.

올해 7월 1일 기준 중동에서 메르스 오염지역(국가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 3개 국가이다.

다만 카타르는 메르스 발생지역(사우디아라비아)의 인접 지역인 데다 국내 직항기 운항 및 국내 입국 때 주요 경유국임에 따라 오염 인근지역으로 선정, 오염지역과 동일한 수준의 검역조치를 하는 중이다.

이들 오염지역을 방문(체류, 경유)한 경우, 반드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해 의무적으로 검역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가 평균 5일인 점을 고려해보면 A씨가 업무차 출장 가 있던 쿠웨이트를 유력한 감염지로 보고 있지만 정말 쿠웨이트에서 감염됐는지, 감염됐다면 구체적으로 쿠웨이트 어느 지역에서 감염됐는지에 대해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A씨를 감염시킨 메르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여부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아볼 예정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상대적으로 쉽게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떻게 변형됐느냐에 따라 독성의 강약이 바뀔 수 있다.

만약 A씨가 메르스에 걸린 곳이 쿠웨이트라고 최종 확인되면, 쿠웨이트는 2년만에 메르스 오염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메르스는 2012년 4월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치사율이 20∼46%에 이른다.

이 병에 걸리면 2∼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함께 기침, 가래, 숨 가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설사,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기저 질환자나 면역기능저하자의 예후는 안타깝게도 좋지 않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다.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은 있다. 하지만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 전이다.

전파경로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낙타접촉, 낙타유 섭취, 또는 확진자와의 비말 접촉 등으로 감염이 이뤄지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WHO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메르스 환자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총 2229명이 생겼다.

국내 첫 환자는 중동 방문자로 지난 2015년 5월 20일 나왔다. 첫 환자가 발생하고 같은 해 12월 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되고 이중 38명이 사망했다. 격리 조치됐다가 나온 사람은 1만 6752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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