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차에서 핀 수채화’ 펴낸 박석민 전 나주역장… “35년간 발굴한 스토리”
[인터뷰] ‘기차에서 핀 수채화’ 펴낸 박석민 전 나주역장… “35년간 발굴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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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영지 기자]지난 6일 오후 광주시 극락강역 앞에 조성된 작은 정원에서 박석민 코레일 광주본부 영업처장(전 나주역·목포역장)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8
[천지일보=이영지 기자]지난 6일 오후 광주시 극락강역 앞에 조성된 작은 정원에서 박석민 코레일 광주본부 영업처장(전 나주역·목포역장)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8

경전선 활성화 기대

역(驛) 그 자체가 행복

[천지일보=이영지 기자] 폭염으로 유난히 길고 혹독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마침내 찾아온 가을, 1958년 전남 광주시 신가동에 처음 들어선 전국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인 극락강역 맨드라미 꽃밭 앞으로 꼬마 기차 한 대가 지나간다.

본지는 지난 6일 오후 극락강역 6평 남짓한 대기실에서 최근 ‘기차에서 핀 수채화’를 펴낸 저자 박석민 코레일 광주본부 영업처장(전 목포역장, 전 나주역장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행복은 기차를 타고 온다’를 주제로 박 처장이 펴낸 책 ‘기차에서 핀 수채화’는 그가 철도청에서 35년 동안 근무하며 발굴한 기차역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책에는 그의 딸 박하예린씨가 직접 그린 수채화 30여점도 꾸며져 있다. 책의 내용은 ‘기차 여행’에 대한 신선한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 처장은 책을 쓰게 된 배경 및 과정, 바램 등을 풀어냈다.

[천지일보=이영지 기자]광주광역시 소재 극락강역. 극락강역은 전국에서 가장 작은 역으로 철도청 지정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천지일보 2018.9.8
[천지일보=이영지 기자]광주광역시 소재 극락강역. 극락강역은 전국에서 가장 작은 역으로 철도청 지정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천지일보 2018.9.8

전남 무안 출생인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국비 학교인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 35년 철도 인생 첫발을 내디딘 열아홉 나이 첫 출근지는 강원도 영월이었다.

‘첩첩산중 강원도에서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기차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시간이 지나 경상도·충청도·대전·순천 등 전국 곳곳의 역에 발령을 받아 객지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국에서 ‘어느 역이 예쁘고 가치가 있는지’ 보는 안목이 생겼다.

그러다 고향인 전라도에 내려온 후 잘 보존된 고향의 간이역들은 더욱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예쁘고 좋은 역들이 아직 남아있어 흐뭇하고 행복했지만, 지역민들이 간이역의 소중한 가치를 잊어버리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추억과 사람 냄새나는 간이역, 옛것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사람들 기억 속에서 기차역이 차츰 사라져가는 안타까움 등 이같은 마음이 교차했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06년 처음으로 전남의 간이역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글로써 지역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2012년 목포역장 시절부터는 하나씩 글을 써서 지역신문을 통해 알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8월 5~6년 동안 기고한 글들을 책으로 내 전국 최초 트레인 텔러 1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간이역은 ‘행복과 문화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역(驛)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말 마(馬), 그물 망(罔), 그리고 행복할 행(幸)으로 의미를 모아보면 사람들이 말을 타고 와 그물처럼 모여서 행복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역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이별, 기쁨이 섞여 있는 문화의 공간이다. 간이역에는 사람냄새가 나고 문화가 숨 쉰다”고 말했다.

그는 간이역에 대한 사랑을 책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 간이역들을 엮어 지역민들도 공감하고 체험하는 지역 대표 관광 상품으로 개발·연계되길 바라고 있었다.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해서 만든 기찻길로 광주에서 경상도 삼랑진까지 이어진다. 이곳에 관광열차를 운행하게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경전선은 광주 순천을 거쳐 진주 마산, 삼랑진으로 가는데 그 구간 중 광주 송정역에서 순천까지 가는 1935년에 처음 건설된 구불구불한 선로가 89년 동안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경전선에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의 작품 배경으로도 유명한 남평역(등록문화재 299호), 소나무가 잘 보존 된 화순역, 영화 ‘여름 향기’ 촬영지로도 알려진 명봉역, 이밖에도 7080 추억지로 떠오르는 득량역, 능주·벌교역 등 남도의 예쁜 역들이 잘 보존돼 있다.

박석민 처장은 “지금 경상도에 가면 V트레인 계곡 관광열차를 운행 중인데 낙동강 상류의 비경, 계곡을 따라 운행하는 열차를 주말 2000~3000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 바람에 각 역이 유명해졌다”며 “조용했던 시골 역에 장터가 열리고, 사람 사는 활기가 돌며 지역경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전선 관광열차개발을 통한 전남 지역의 관광활성화가 꿈인 그는 “경전선을 잇는 광주시·보성군·화순군·순천시·나주시 등이 적극적으로 간이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 협의체를 구성해 관광열차를 개발·상품화를 한다면 경상도의 V트레인 못지않게 경전선 관광열차도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차에서 핀 수선화. 박석민 지음 ⓒ천지일보 2018.9.8
기차에서 핀 수선화. 박석민 지음 ⓒ천지일보 20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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