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중국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일본의 자국인 선장 체포와 구속에 대한 대응으로 정치.외교적인 압력을 넘어 직접적인 보복조치를 들고나왔다.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잠정 중단한데 이어 군사지역 촬영을 이유로 일본 민간인 4명을 구속했다.

중국은 일본에 센카쿠열도에서 지난 7일 체포한 자국 어선 선장을 '즉시 무조건' 석방할 것을 '말'로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자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 21일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구속한 선장을 즉시 석방하지않을 경우 강력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직후다.

◇ 경제제재에 일본 충격 = 중국이 첨단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希土類.Rare earth )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산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중단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24일 일제히 통관절차 등을 지연하는 방법으로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일단 선장 구속만료시한인 이달 29일까지 희토류 수출을 잠정 중단했으며 이후 수출 재개여부는 일본이 선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업의 '조미료' 또는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자동차의 모터, 친환경 가전, 광자기 디스크, 금속가공과 의료장비에서 활용하는 레이저, 고(高)굴절 렌즈 등 첨단제품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희소금속으로 세계 생산량의 9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거의 전량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것은 일본 산업의 생명선을 차단한 것으로 첨단자동차와 가전제품에는 사활이 걸린 일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 日 추가 보복 가능성에 전전긍긍 = 일본 정부는 일단 중국이 정말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는지를 확인한뒤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의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추가 경제보복이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관광객의 일본 여행을 억제, 일본의 여행업계와 항공업계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건강용품 제조업체인 바오젠(寶健)사는 지난 17일 센카쿠 갈등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직원 1만명의 일본 관광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또 베이징시 관광 당국은 지난 21일 여행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일본 여행객을 모집하는 광고나 선전을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선장을 조기에 석방하지않을 경우 중국이 보복공세의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슈(信州)대 경제학부의 마카베 아키오 교수는 "중국 경제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경제 카드를 쓰기가 용이하다"면서 "제2, 제3의 화살(경제제재)이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덩사오핑(鄧小平) 이후 지금까지 중국과 일본은 정치.외교적 대립을 가급적 경제와 민간분야로 파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이번에 이 선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일본과 중국의 외교.정치.경제적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영토가 걸린 문제여서 어느 쪽도 양보가 어렵다는 점이 사태를 꼬이게 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단속에 나선 자국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로 중국 어선 선장을 이미 구속했기 때문에 국내법 절차에 맡겨둘 수밖에 없은 상황이다.

중국도 센가쿠열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일본이 선장을 풀어주지않는한 타협의 여지가 없다. 중일간 대화의 통로가 사실상 막혀버린 상태에서 상황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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