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괴’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물괴’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에 도전

기록을 상상으로, 상상을 영화로

역사 속 ‘물괴’ 스크린 위에 되살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방대한 이야기가 담긴 조선왕조실록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영감을 준 보물 창고 같은 존재다. 영화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사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확장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시작된 영화들은 역사와 상상력을 결합하거나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사실의 전달하는 두가지의 길을 선택해왔다.

허종호 감독의 ‘물괴’도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부터 출발했다. 영화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조선, 그리고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허담 작가와 함께 각본을 쓴 허종호 감독은 조선에 괴이한 생명체 ‘물괴(物怪)’가 출몰했다는 기록을 듣고 순식간에 매료됐다.

오래된 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오래된 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자를 쓰는 ‘물괴’는 역사 속 기록에서 시작됐다. 조선왕조 중종실록 59권(중종 22년 6월 26일)에 따르면 ‘홍문관 부제학 박윤경(朴閏卿) 등이 아뢰기를 “백성은 말할 게 없거니와 유식한 사람까지 모두 요언을 믿어, 심한 자는 그 형체를 보았다고도 하고 부르짖은 소리를 들었다고도 합니다. 이런 때에 간악한 무리가 틈을 타서 그 술책을 부릴까 두렵습니다. 요언의 전파가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법사에서는 한 마디도 여기에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믿는 것 같기도 하니, 어찌 그 소임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체직시키고 추문하소서”라고 기록돼 있다.

또 중종실록 59권(중종 22년 6월 17일)에는 승정원이 소라 부는 갑사의 가위눌린 꿈을 아뢰는 내용이 나온다. 승정원은 “간밤에 소라 부는 갑사(甲士) 한 명이 꿈에 가위눌려 기절하자, 동료들이 놀라 일어나 구료(救療)하느라 떠들썩했습니다. 그래서 제군(諸軍)이 일시에 일어나서 보았는데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吹螺赤) 방에서 나와 서명문(西明門)으로 향해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서소위 부장(西所衛部長)의 첩보(牒報)에도 ‘군사들이 또한 그것을 보았는데, 충찬위청(忠贊衛廳) 모퉁이에서 큰 소리를 내며 서소위를 향하여 달려왔으므로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고 하면서 “이것은 바로 괴탄(怪誕)한 일이니 취신(取信)할 것이 못됩니다. 그러나 궁궐 안의 일이므로 감히 계달(啓達)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역사 속에 기록된 물괴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진짜 정체가 정확히 기록돼 있진 않다. 단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자들이 나타났고, 이 괴설이 나라를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영화 ‘물괴’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물괴’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물괴’ 어떻게 탄생했나

이 같은 점이 허종호 감독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했다. 지인들을 통해 중종 때 괴물이 나타나서 임금이 궁을 옮겼다는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 작가가 있다고 듣게 된 허 감독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나와 있다더라. 이후 사실을 확인하고 정말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다”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접하자마자 광화문에서 포효하는 물괴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수소문해서 글을 쓰던 허담 작가를 만났다.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한 설득으로 회사와 계약을 하고 이야기를 발전시키게 됐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거라 믿지 않았지만, 이미지를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멋진 영화로 탄생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물괴’의 형상, 터전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는 수색대의 드라마까지 가미돼 영화가 탄생했다.

조선이라는 한국적인 배경과 ‘크리쳐무비(실존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장르물)’를 결합하는 건 허종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물괴를 무시무시한 존재이며, 위압적인 비주얼로 만들어야 했고,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이질감 없이 어울려야 했다.

영화 ‘물괴’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영화 ‘물괴’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이를 위해 제작진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기반으로 장장 6개월 동안 총 20가지가 넘는 디자인 작업을 거치며 ‘물괴’의 형상을 완성했다. 또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물괴의 사고와 감정, 행동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등 자연스러운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전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 물괴와 치열한 사투를 벌여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괴’를 찾기 위해 뭉친 ‘윤겸(김명민 분)’ ‘성한(김인권 분)’ ‘명(이혜리 분)’ ‘허 선전관(최우식 분)’ 등 네 명의 수색대의 활약은 오는 12일 개봉하는 ‘물괴’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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