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 연화식 제품. (제공: 현대그린푸드)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 연화식 제품. (제공: 현대그린푸드)

B2B 벗어나 B2C로 진격

현대, 최초 상품화도 성공

CJ, 내년 일반시장도 공략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그간 B2B(기업 간 거래)에만 머물던 식품업계 케어푸드 사업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예전에는 노인환자가 주요 대상이었지만 요즘에는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일반 노인이 새로운 식품 소비군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비중 7% 이상)’로 진입한 이후 17년 만이다. 이는 일본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7년이나 빠른 속도다.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버푸드 시장규모는 2011년 5104억원에서 2013년 6000억원대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7903억원으로 8천억원 턱밑까지 성장했다. 이어 지난해는 1조 1천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는 2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케어푸드(Care Food)는 단순 실버푸드 이상의 개념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화식뿐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치료식, 다이어트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 전체를 통칭한다.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다 보니 아직 시장의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실버푸드 시장을 훌쩍 뛰어넘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실버푸드 시장규모.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내 실버푸드 시장규모.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에 식품업계는 B2B 시장과 함께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B2C 케어푸드 제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현대그린푸드다. 지난해 5월 B2B와 B2C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건강기능식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하고 10여명의 임상 영양사와 전문 셰프들로 구성된 별도의 연화식 R&D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또한 국내 최초로 연화식 특허 출원과 전문 제조시설도 갖췄다. 노력의 첫 산물로 지난달에는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 국내 최초 HMR 형태의 연화식 12종(육류 3종, 생선류 3종, 견과 및 콩류 6종)을 출시했다. 외형은 일반 식품과 동일하지만 특수 공정을 통해 음식의 단단함을 일반 제품보다 10분의 1수준으로 낮춘 게 특징이다. 지난달 열린 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단의 식단에 그리팅 소프트의 갈비찜 등이 오르면서 관심이 더 쏠렸다. 현대그린푸드는 내년까지 연화식 제품군을 육류와 생선류를 중심으로 최대 100여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중 최첨단 식품제조 기능을 갖춘 ‘성남 스마트 푸드센터’가 완성되면 연화식뿐 아닌 케어푸드 전체 제품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2009년 희귀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제품 ‘햇반 저단백밥’을 출시하며 케어푸드 사업을 시작한 CJ제일제당은 올해 하반기에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다. 이미 ▲부드러운 불고기덮밥 ▲구수한 강된장비빔밥 등 덮밥·비빔밥 소스류 5종의 개발을 마쳤고 연내 총 14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환자 일반식 중심의 B2B 시장에서 시범운영을 거친다. 이를 위해 지난 7월에는 강남세브란스와 MOU를 체결했다. 내년에는 병원이나 요양원 등 B2B 시장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시장에도 제품을 내놔 B2C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풀무원 푸드머스는 국내 최초 2015년에 시니어 전문브랜드 ‘소프트메이드’를 런칭했다. 일본의 UDF를 벤치마킹한 풀무원은 고령자의 저작능력을 4단계로 분류해 저작단계별 맞춤 상품과 고령자의 영양밸런스를 고려한 영양균형 상품을 선보이며 요양원, 급식시설 등에 고령자 맞춤형 상품과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꾸준한 개발로 현재까지 200여개의 시니어 전용제품을 출시했으며 공급처도 600여곳까지 확대했다. 2017년 매출은 전년 대비 47%나 성장했다. 고객과의 접점 확대를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5월에는 실버케어 전문기업 ‘롱라이프 그린케어’와 업무협약을 맺고 현재 운영 중인 주·야간보호센터에 토탈급식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농촌지역 고령자에게 점심으로 ‘소프트메이드’ 제품을 제공하면서 올바른 식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바른먹거리 캠페인 ‘시니어 식생활 개선사업’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현재 26조원으로 2020년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반면 국내 시장은 병원, 요양원 등 B2B 경로를 중심을 노년층 중심의 실버푸드 시장 형성기에 머물러 있어 아직도 성장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풀무원 푸드머스 ‘소프트메이드’의 노인식 제품. (제공: 풀무원 푸드머스)
풀무원 푸드머스 ‘소프트메이드’의 노인식 제품. (제공: 풀무원 푸드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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