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18~20일 평양을 방문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방북에서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리고 정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 방향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실장이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만 보더라도 이번 방북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답보 상태인 시점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은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이다. 따라서 자칫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비핵화 논의의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대목이다.

정의용 실장의 브리핑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내용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일관되게 한반도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는 대목은 당연하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미 정가 일각에서 북한의 핵실험 재개 운운하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그런 우려나 보도를 말끔하게 정리했다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구체적 시점까지 정해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더 진정성 있게 들린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바라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실장이 전한 내용을 보면 “북한은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갔는데, 이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도 해체했는데 미국은 아무런 화답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방북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눌 얘기가 좀 더 분명해졌다. 핵심은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더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전하고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론적이고 두루뭉술한 담론은 이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구체적 조건을 놓고 조율하고 협의해서 구체적 성과로 만들어 내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 중재자 역할을 위한 절호의 타이밍이 조성된 것이다. 따라서 자칫 의전이나 볼거리에 치중해서 북한과 미국 양측으로부터 비판이나 의심을 받는 일은 금물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행이 새로운 출구를 찾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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