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국내 언론 통제가 극심했던 지난 1970~80년대, 외국 언론 보도를 많이 챙겨 보던 때가 있었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은 국내 언론과는 달리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외신들은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실제대로 전했다. 국내 언론인이나 취재원 등과의 접촉을 통해 기사를 보도하는 외신은 한국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민주화가 확산되며 국내 상황을 외신보도에 의존하는 것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안에 따라 해외언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축구의 손흥민 보도가 그랬다.

지난 1일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결승전을 놓고 한국과 일본 등 해외언론의 보도는 아주 달랐다. 한국 언론 등은 이날 한국 남자축구의 우승을 ‘한국 축구, 숙적 日 꺾고 아시안게임 2연패 달성’ ‘한일전 승리… 한국, 아시안게임 최다 우승 겹경사’ ‘심장쫄깃했던 금메달, 한국축구, 일본 꺾고 우승’ 등의 제목을 달아 평이한 기사로 전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다른 모습이었다. 일본의 유력지 아시히신문은 영어판에서 ‘한국의 손(흥민)이 축구 금메달로 군복무를 피했다(S. Korea's Son aviods military duty with soccer gold)’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병역의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정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준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군복무는 의무이며, 손흥민은 최소한 21개월간의 군복무와 수백만 달러의 수입 상실에 직면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이 아시안게임 경기를 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매체인 BBC를 포함해 많은 영국 언론들도 한국의 우승과 손흥민의 병역혜택에 대해 뉴스로 소식을 전했다. 영국 더 선 온 선데이는 ‘잘했어 손, 너는 군대를 면제 받았어’라는 제목과 함께 ‘28세가 되기 전 한국의 건장한 남자들은 21개월간의 국방의 의무를 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이 부담을 떨치게 됐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이 손흥민의 병역혜택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은 아마도 한국적인 상황을 해외토픽감으로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는 말이 있듯, 손의 얘기를 특이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리라. 유명 스포츠 스타가 국가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병역면제 혜택을 받고 수십억원을 덤으로 벌게 됐다는 사실은 외국에서는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운동선수의 병역혜택은 지난 1973년 북한과 치열한 체제경쟁을 할 때 도입된 제도이다.  북한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제스포츠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국위선양을 한 선수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을 주게 된 것이다. 당시 인적자원이 풍부했고 스포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병역특례제를 제정했는데, 대상자가 늘어나자 1990년 현재와 같이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한해서만 혜택을 주기로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2018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현재의 운동선수 병역특례제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출산, 인구 감소 등으로 병역특례를 운동선수들에게 주는 것은 공정성,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구, 축구 등에서 대표선수를 선발할 때마다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한 편파선발 논란이 야기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국방부는 현재 체육·예술 분야 병역 특례를 포함한 대체복무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 축구 우승으로 병역면제를 받아 외신의 해외토픽감이 된 손흥민은 아무런 죄가 없다. 다만 제도의 혜택을 받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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