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북한의 명절인 9.9절을 앞두고 소위 비핵화를 위한 특별사절단이 당일치기 방북을 마치고 귀환했다. 미·북의 분위기가 6.12 정상회담 이후 험악하게 변해가고 있는 시점이고, 현 정부가 남북협력 차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추진하려했던 남북철도사업이 무산된 뒤여서 이번 방북단의 행보와 성과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발 언론기사들은 험악해지는 미·북 관계보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던 한국정부의 태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바, 한반도 전문가들을 연일 초청해 대담을 통한 묘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동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바로 얼마 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고, 거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도 특사단 방북 전까지 무려 3개월간이나 끊어졌었다고 하니 이래저래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핵심은 이렇다. 현재 진행중인 남북관계의 밀월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당근책일지, 아니면 그런 것과는 상관도 관심도 없는 종북(從北)의 과정이자 결과물인지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국민들 또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작금의 행보가 당근책이라면, 가장 중요한 행동 중 하나는 협상과 화해의 손은 내밀어도 두 발은 한미동맹이라는 역사적인 신성한 땅에 굳건히 서있어야 한다는 것일 테고, 종북의 과정이라면 거의 한 세기를 통해 구축된 동맹이라는 국가 안전보장의 핵심을 포기하는 반역(反逆)의 행동이기에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서 우려되는 다음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입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합니다”라고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대국들과의 관계가 부수적이든 종속적이든 그 역학관계는 차치하고서라도, 정치경제학적 팩트에 근거해서 짚어본다면, 과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었던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김대중, 노무현 시절밖에 없었는데, 그 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려볼 때 당시의 비핵화 합의가 진실이었다면 오늘날 북한 비핵화의 운전자 노릇이라는 단어는 왜 뜬금없이 다시 나오는 걸까.

또한 국제사회의 연일 계속되는 북한 핵개발 의혹에 대해, 북한에는 핵무기를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대신 변명해주던 기사들과 증언만이 즐비했다. 그 좋은 시절에 한국정부가 제대로 동참했다면 당장이라도 멈출 수 있었던 북한의 핵능력이 지금 현재 ICBM으로 국제사회를 협박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한 것에 대해서는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장밋빛 경협안을 들고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현란한 수사(修辭)라면 세계 최고를 자랑할 그들에게 묻고 싶다. 국민이 정말 개, 돼지로 보이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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