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9.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9.6

상인들, 온몸으로 막아 법원 강제집행 무산

“통로 좁고 임대료 비싸 이전할 수 없다”

수협 “법 집행 불가피… 재집행 요청하겠다”

新시장 상인 “빨리 철거해 하나로 합쳐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아, 장사하는 사람한테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이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장사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우린 열번이고 백번이고 시장을 지킬 겁니다!”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노량진시장)에서 구(舊) 시장 상인들은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과 충돌한 가운데 이같이 외쳤다. 시장에는 강제집행을 실시하려는 법원 집행관, 법원 노무인력 300여명과 이를 막으려는 구 시장 상인들, 민주노련 등으로 구성된 800여명이 대치하며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앞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이 건축됐다. 하지만 수협 측과 일부 상인이 신(新) 시장 이주 문제를 놓고 갈등하면서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법원은 지난해 4월과 지난 7월, 두 차례 집행을 시도한 바 있지만 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구 시장에 대한 강제집행 시도는 이번이 3번째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 시선이 쏠렸다.

수협 측은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장에 나와 “구 시장 상인들이 전체 판매 자리와 부대·편의시설 294개소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면서 “강제집행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충돌 상황을 대비해 기동대 6개 중대를 배치하고 “불법적인 폭력 행위가 있으면 양쪽 다 처벌할 것”이라고 알렸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 주변의 신 시장 건물과 구 시장 건물은 각각 크고 높은 새 건물과 허름한 옛 건물로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오전 9시께 법원은 300여명의 집행관을 동원, 본격적으로 구 시장 점포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구 시장 상인들과 민중당,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 800여명은 주요 출입구를 바리게이트로 봉쇄하고, 서로 팔짱을 끼는 형태로 인간 띠를 만들어 진입을 시도하는 집행관들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생존권 사수”, “강제집행 결사저지” 등을 외치며 대응했다.

이후 한 시간 가량 몇 차례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함이 오가고, 서로 밀고 당기기가 반복됐다. 결국, 10시 30분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집행관 측이 진입 시도를 멈추고 철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수협 관계자는 “집행관들은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이후 재집행을 법원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이 대치 상태에 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9.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이 대치 상태에 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9.6

상인들은 긴장 상태가 풀리자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었다. 사건 이후 이어진 집회에서는 수협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이들은 “토지와 건물은 수협중앙회의 소유라 할지라도 시장개설자 허락 없이는 강제로 시장을 폐쇄할 수 없다”면서 “수협과 서울시 해양수산부에 의한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 시장 건물의 통로가 좁고 임대료가 비싸 이전할 수 없다”며 “현대화사업은 관료들의 탁상행정이며 실질적으로 상인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 시장에서 40년 이상을 장사했다는 허인지(63)씨는 “장사하는 사람한테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이전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장사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어디로 가라 말라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

강제집행 저지에 나섰던 상인 강연화(53)씨도 “열번이고 백번이고 시장을 지킬 것”이라면서 “재래시장이 사람 냄새도 나고 정도 있어 좋다. 여길 떠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창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위원은 “계속해서 조율하고 있는데 출구가 안 보인다”면서 “수협이 먼저 입주를 하고 협상을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타협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결을 위해서는 구 시장 건물을 리모델링을 하든지 해서 보존한다는 약속을 하고 양측이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시장 장사를 고수하는 상인들과 달리 수협은 안전검사에서 C등급을 받은 구 시장 건물에서의 장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철호 수협 기획홍보팀장은 “핵심 쟁점인 임대료도 상인 측과 지속 협의해 합의한 사항이지만 일부 상인들은 일방적으로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협은 지속적으로 접점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합의와 신뢰가 모두 깨져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어 “수협은 3년간의 협상 과정 중에서도 구 시장 상인들이 언제든지 입주할 수 있도록 연간 100억원 손해를 감수하면서 신 시장 내 320개 자리를 비워두고 성실히 협상에 임해왔다”며 “더 이상의 갈등사태로 (신 시장에) 입주한 종사자와 소비자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강제집행을 비롯한 엄정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9.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의 명도 강제집행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8.9.6

이러한 가운데 신 시장에 입주한 상인들 대부분은 구 시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춘식(42)씨는 “이런 갈등이 언론을 통해서 비쳐지니깐 경기도 안 좋은 데 사람들이 더 찾지 않는다”며 “빨리 철거해서 하나로 합쳐야 시장도 회복되고 장사도 더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 시장이나 구 시장이나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어 한쪽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며 “서로 원만하게 잘 타협해서 서로 ‘윈윈’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현대화사업 계획 수립에 나선 이후 2009년 시장 상인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모든 사항을 합의해 건물을 지었는데 이제 와 못 들어오겠다고 하면 말이 되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올해로 48년 된 노량진수산시장은 2004년부터 국책 사업으로 현대화가 추진됐다.

지난 2009년 4월 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현대화사업 기본계획 설명회가 열렸고, 시장 종사자 투표 결과 판매상인 80.3%, 중도매인조합 73.8%가 사업에 동의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새로운 시장 건설에 들어갔다. 신 시장은 지난 2016년 3월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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