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영광산 모싯잎, 영광산 쌀, 천일염, 통 동부 콩을 듬뿍 넣어 정성으로 빚은 영광모싯잎송편·통 동부콩. (제공: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신토불이 영광산 모싯잎, 영광산 쌀, 천일염, 통 동부 콩을 듬뿍 넣어 정성으로 빚은 영광모싯잎송편·통 동부콩. (제공: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지역경제·일자리 창출로 발전
지리적 표시품 제104호 지정
영광산 모싯잎, 쌀·동부 사용
무농약 모시 재배, 웰빙 식품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담백하고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인 영광군의 보물 ‘영광모싯잎송편’은 대한민국 곳곳에 퍼져 영광군 떡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영광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해안 깨끗한 갯바람으로 재배한 영광 모싯잎, 영광 쌀, 영광 동부 콩을 넣어 정성스럽게 빚어 만든 ‘영광모싯잎송편’은 지난해 5월 11일 지리적표시 제104호로 등록됐다. ‘지리적표시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품질과 명성, 역사성을 갖춘 지역 특산물에만 주어지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 표시제도다.

특히 건강에 좋은 무농약 ‘모싯잎’을 사용해 믿고 먹을 수 있다. 투박한 모양이지만 송편 크기가 커서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모싯잎에 함유된 식이섬유와 동부 콩에 영양 성분이 많아 수험생 간식으로도 인기다. 예로부터 고된 농사일로 허기를 달래려 간식용으로 이웃과 나눠 먹던 전남 영광지방의 모싯잎 송편은 2000년대 산업화의 흐름을 타고 전문적으로 모싯잎 송편을 생산하는 떡 가게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 판매됐다. 모싯잎은 떡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고 동시에 부패를 막아주기 때문에 인공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모싯잎은 연하고 연녹색을 띤다. 어린잎은 나물로도 섭취한다. 모시의 잎을 말린 뒤 가루를 내 떡이나 칼국수를 해먹거나 양념 등에 활용한다. 영광군에서는 오래전부터 모시가 잘 자라는 토양으로 마을마다 추석에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이웃 간 정을 나눴다.

영광모싯잎 송편의 유래

송편의 주재료가 되는 모시는 세종실록지리지, 조선화여승람 등의 고(古)문헌에 영광군지역의 토산·토의품으로 기록돼 있다. 예로부터 품질이 우수한 모시가 영광군 지역에서 생산됐다고 전해진다.

영광군은 예로부터 ‘쌀’ ‘누에고치’ ‘소금’ ‘눈’이 많은 고장이라 해 흔히 ‘사백’의 고장으로 불리웠다. 특히 농사일에 지친 서로의 노고를 위로해주기 위해 일반송편보다 2~3배 큰 송편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문헌(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모싯잎송편’은 옛날 농가에서 중화절에 노비들의 수고를 위로해주기 위해 먹었다”는 유래가 있어 ‘머슴송편’이라고도 한다. 1970년대 후반 영광군 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모싯잎송편 가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터미널을 오가는 영광지역민을 비롯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판매되면서 점점 알려졌다. 이후 가판 대신 모싯잎송편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떡 가게가 생기면서 영광모싯잎송편의 전국적인 상업적 판매가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송편을 누가 처음 개발해서 만들었으며, 판매하게 됐는지, ‘원조’가 누구냐에 대해서는 꼬집어 어디의 누구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대 마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모싯잎을 사용해 송편을 만들어 아이들 간식으로, 때로는 주식으로 먹었던 것이 영광모싯잎송편의 시작이다.

무농약, 무방부제 웰빙식품 ‘영광모싯잎송편’과 동부콩. 제공:(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무농약, 무방부제 웰빙식품 ‘영광모싯잎송편’과 동부콩. (제공: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신토불이 영광산 모시, 쌀, 소금, 동부 콩 사용

영광산모싯잎 송편에는 영광산 모싯잎이 30% 이상 다량 함유돼 있다. 모싯잎송편은 칼슘, 철, 마그네슘, 칼륨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많은 식이 섬유질이 함유돼 있으며,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또한 속 재료인 영광 동부 콩은 항산화 활성, 식이섬유, 단백질 등 기능성이 우수하다. 이 ‘동부’ 역시 영광에서 관리 재배되는 우수한 특산물이다. 모싯잎송편은 진녹색이 선명하고 모싯잎 본연의 풍미가 진한 특성이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배로 생산되는 영광모싯잎은 서해안의 깨끗한 갯바람을 맞고 자라 식이섬유, 엽록소가 풍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웰빙’ 식품으로 통하고 있다.

모싯잎은 모시풀로 예전부터 식품으로 섭취 가능한 것으로 식약처에 등록돼 있다. 모시는 다년생 풀이다. 이 모시풀 줄기 껍질에서 뺀 실로 짠 베를 ‘모시’라고 한다. 그래서 모시는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게 없다. 송편은 모시의 잎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모싯잎송편은 독특한 모싯잎 향이 일품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영광모싯잎송편은 모싯잎의 푸르고 청정한 빛깔이 보기에도 식욕이 당긴다.

모싯잎송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5월~10월 사이에 수확한 신선한 모싯잎을 따다가 깨끗하게 씻어 삶은 뒤 무공해 쌀과 함께 곱게 갈아서 반죽한다. 이를 반달 모양으로 빚은 후 동부 콩을 넣어 찌면 쫄깃쫄깃하면서도 독특한 모싯잎 향과 청정한 빛깔이 돋보이는 모싯잎송편이 만들어진다. 동부를 통째로 넣거나 껍질을 벗겨서 갈아 넣으며, 동부를 넣지 않은 ‘개떡’도 있다. 보존료와 색소는 물론 어떤 화학첨가물도 넣지 않아 그 자체로 ‘웰빙’ 식품이다.

차와 어우러지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영광모싯잎송편’ 제공:(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차와 어우러지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영광모싯잎송편’ (제공: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만들어놓은 모싯잎송편을 찜솥에 물을 붓고 받침대에 떡을 올려놓는다. 떡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 이때 뚜껑은 김이 잘 빠져나가는 깨끗한 헝겊이나 구멍이 있는 뚜껑을 사용해야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한 후, 25분 정도 쪄내고 충분히 식혀 먹으면 영광모싯잎송편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냉동된 송편을 먹을 때는 해동시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본초강목‘에 모싯잎은 나쁜 어혈을 풀어주고 뱀에 물렸을 때 지혈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한방에서 여성의 하혈할 때 어혈이 뭉친 것을 풀어주어 지혈제로 사용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성분분석 결과에 의하면 모싯잎에 다량 함유된 칼슘은 신경전달, 근육의 수축과 이완, 세포 신진대사 등에 필요한 물질이 있다. 고지방식을 하는 현대인의 경우 대장암의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연한 모싯잎을 먹으면 막혀 있던 혈관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고 마비 증상과 치매, 노화 방지 효과까지 탁월해 ‘혈액 정화제’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부인과 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으며,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모싯잎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철분, 아미노산이 많아 콜라겐을 생성해 피부미용과 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예로부터 모시 재배농가에는 무릎 아픈 사람과 허리 굽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모싯잎의 효능은 이미 밝혀졌다.

서해안 깨끗한 갯바람으로 재배한 영광 모시밭. (제공: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서해안 깨끗한 갯바람으로 재배한 영광 모시밭. (제공: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천지일보 2018.9.6

영광군 모싯잎송편·모시 산업 현황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농업개발과 고현아(떡산업육성담당)농촌 지도사는 “영광군에서 모싯잎송편 총 생산자는 제조업과 즉석판매업을 통해 총 141개로 연간 생산량은 3360t이다. 연간 판매수익은 280억원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약 167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고현아 지도사에 따르면, 이는 모든 재료가 영광에서 재배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안정적인 원재료 자립기반 구축이 한몫하고 있다. 영광군 모시 재배 면적은 2017년 기준 70농가에서 70㏊/840t, 송편에 들어가는 동부 재배 면적은 398농가에서 120㏊/99t이다. 여기에 쌀 소비량은 1400t에 이른다. 영광군 떡 가공업체는 35개 업체에서 141개 업체로 증가하면서 모싯잎 송편 매출도 80억에서 280억으로 증가했다. 가공업체 수 증가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효자 산업이다.

34년간 영광모싯잎송편 빚은 오영임 할머니

본지 기자가 지난 3일 영광에서 34년 동안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왔다는 오영임(67, 여, 송현떡집 법성점)씨를 만나 민간에 전해지는 송편 얘기를 들어봤다.

“자식들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 책임감에 모싯잎떡을 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떡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운영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오씨는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브랜드가 생기기 전부터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송편을 빚었다. 오영임씨가 송편을 만들던 시절에는 다수의 가정이 그런 이유로 떡을 판매했다.

오씨에 따르면 그 때는 모든 공정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했다. 추석 즈음에는 20명씩 사람을 고용해 떡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자동화로, 제조 과정이 축소돼 편해졌다. 지금도 떡의 간을 맞추거나 할 때는 그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재는 인터넷 주문을 받지만, 전화 주문을 받을 당시만 해도 떡 만드는데 집중해서 전화기를 내려놓는 날에는 고객들이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어떤 고객은 맛있는 떡을 만들어 준 사례로 옷도 사주고 반찬도 만들어 선물로 준다고 했다. 현재는 막내아들, 딸, 사위와 함께 영광 법성포에서 송현떡집을 운영하는 오씨는 19살에 결혼, 모싯잎송편을 만들며 다섯 자녀를 모두 키우고 가르쳐 길렀다.

그가 들려주는 영광모싯잎 송편 이야기는 현대의 일상과 비교하면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라 단순한 간식이 아닌 온 가족이 살아가야 할 삶의 현장이요 ‘생활경영’이었음이 짐작됐다. 오씨는 지금도 모싯잎 10마지기를 재배하고 있다. 송편 재료인 모싯잎에는 “절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깨끗한 친환경에서 우량품종으로 재배된 영광 모싯잎은 철저한 위생관리와 안전한 생산과정을 거쳐 영광모싯잎송편으로 제조되고 있다. 다가오는 올 추석에는 넉넉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명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랑하는 가족·친척·지인에게 추석 선물로 ‘영광모싯잎송편’을 추천해본다.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오영임(여, 67)씨가 자녀들과 운영하는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광군 송현떡집 법성점 입구. ⓒ천지일보 2018.9.6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오영임(67, 여  송현떡집 법성점)씨가 자녀들과 운영하는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광군 송현떡집 법성점 입구. ⓒ천지일보 20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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