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촛불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유가족 힘내요’라는 팻말을 들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천지 2009.08.18
용산참사 촛불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유가족 힘내요’라는 팻말을 들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천지 2009.08.18

인권침해사건 조사결과 발표

특공대원·철거민에 사과 권고

사후 인터넷 여론작업도 진행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경찰 지휘부가 지난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화재 등 위험성을 알고도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강행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이 같은 내용의 용산참사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당시 숨진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들에 대한 사과 및 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 발표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지난 2009년 1월 19일 발생한 용산참사는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철거민 32명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하는 가운데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철거민들의 망루 농성이 시작된 1월 19일 경찰은 조기 진압과 경찰 특공대 투입 계획을 결정했다. 이 같은 계획은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회의를 거쳐 남일당 빌딩 진압작전 계획서로 작성돼 당일 오후 11시경 최종 승인됐다.

계획서에는 망루 안에 시너와 화염병 등 위험물이 많고 철거민들이 분신·투신 등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계획서에는 대형 크레인 2대와 컨테이너, 에어매트, 소방차 등 장비가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크레인은 1대였고, 에어매트는 설치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소방차 역시 일반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펌프차 2대만 운용됐다. 유류로 인한 화재 진압용 화학소방차의 경우 계획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특공대 제대장이 작전 연기를 상부에 건의했으나 거절당했고 이튿날인 20일 오전 6시 30분께 경찰특공대 투입이 시작됐다. 1차 진입에서는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1차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경찰 측 컨테이너가 망루와 충돌, 망루에 있던 시너 등 인화성 물질들이 흘러 망루와 옥상에 들어찼다.

경찰 지휘부는 망루 안에 인화성 유증기가 들어찬 상황에서도 작전 중단이나 변경 없이 2차 진입을 강행했다. 결국 2차 화재가 발생했고 참사로 이어졌다.

조사위는 이 같은 경찰 2차 진입에 대해 “특공대원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 수행”이라고 지적하며 “1차 진입 후 유증기 등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 점 등을 파악해 적절하게 지휘해야 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이후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동원, 용산참사와 관련한 인터넷 여론을 분석한 뒤 경찰 비판 글에 반박성 글을 올리게 하고 각종 여론조사에도 적극 참여토록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같은 지시는 김석기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가 발단이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산참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간부 검사와 6개 언론사 관계자들과도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경찰이 참사 발생 전 철거업체 직원들의 폭력 행사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점 ▲철거민 사망자 유족에게 사망자 관련 정보나 부검 필요성, 부검 경과 등을 알리지 않은 점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 조사위는 경찰청에 용산참사로 사망한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들에게 사과하고, 경찰의 온·오프라인 여론 조성 활동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이외에도 ▲철거지역 분쟁상황에서 용역 폭력에 대한 예방과 제지 지침 마련 ▲유족에게 부검 관련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변사사건 처리규칙’ 개정 ▲민생 관련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경찰관에 대한 치료·회복조치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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