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3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3

“잘못된 방향 뒤바꿀 기회되길”
세습반대 목소리에 NCCK 동참
“김삼환·김하나, 즉각 물러나라”
총회 총대들 표심에 관심 쏠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반대하는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정기총회(10일)를 앞두고 세 결집에 나섰다. 여기에 예장통합이 회원교단으로 있는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세습 철회 요구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이들은 예장통합의 최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기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정당화한 총회재판국 판결의 문제점을 꼬집고 재심을 끌어내기 위해 뭉친 것이다.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가 열렸다. 세습을 반대하는 전국 각지의 목회자들과 신학생, 명성교회 교인들 그리고 NCCK 총무 이홍정 목사 등 900여명이 한목소리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요구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명성교회 세습이 ‘한국교회의 죽음’을 뜻한다며 검은 옷을 입었다. 11년 만에 열린 목회자대회는 명성교회 청빙이 적법하다고 한 총회재판국 판결 무효와 목회자대물림방지법(교회세습금지법) 취지 재확인 결의를 촉구했다.

1부 예배의 설교를 맡은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다가오는 정기총회에서 “우리 속에 타락하고 부패한 악한 모습들을 회개하고 총체적인 우리의 잘못된 방향을 뒤바꾸는 기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성교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에서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보고 있다. 그 중심에 목회자들이 있으며 이들이 한국교회를 침몰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탄식했다. 김 목사는 “김삼환 목사를 만난 적이 있다. 정중하게 세습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며 “하나의 교회가 건강하고 멀쩡한 노회를 망가뜨리고 우롱하는 일을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그는 “2013년 총회가 압도적으로 제정한 총회 헌법 28조를 무너뜨렸다. 이는 총회 헌법위원회와 재판국을 농락한 것”이라며 “자기 보존을 위한 거짓과 교만,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진 2부 발언의 시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목회자와 신학생, 명성교회 교인 등이 나서 총회재판국의 오류를 지적하며,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사퇴와 세습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용권 목사(봉원교회)는 재판국 판결문 내용과 명성교회 주장이 대부분 일치하며, 일부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재판국이 명성교회 편에 서면서 우리 교단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명성교회 교인인 여태운씨는 “명성교회 교인 중에는 세습 자체에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다. 침묵 또는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일로 생각하는 교인도 있다”며 “오는 103회 총회에서 꼭 명성교회 사태를 바로잡아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를 마친 참석 목회자들이 예장통합총회에 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3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를 마친 참석 목회자들이 예장통합총회에 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3

참석 목회자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하나님의 교회를 개인의 사기업이라 생각하는 무리들이 자행한 재산승계 작업이라 규정했다. 또한 ‘세습’을 ‘승계’라고 강변하고, 금권으로 총회의 헌법조차 정면으로 허물어뜨린 공교회 유린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김삼환·김하나 목사는 회개하고 모든 직책에서 즉각 물러나라 ▲헌법 제28조 6항(세습방지법) 바르게 해석,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임을 선언하라 ▲재판국원과 헌법위 구성원 전원을 교체하고 엄벌하라 ▲총회는 재판국 새로 구성해 헌법해석을 기반으로 이번 사건을 재심하라고 촉구했다.

이 외에도 전국적으로 세습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3일 신학위원회와 4일 정책협의회에서 잇따라 성명을 내고 명성교회를 공개적으로 비판, 세습 중단을 외쳤다. NCCK 신학위는 “슈퍼 처치 명성교회는 대기업처럼 돈의 힘에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이라며 “세습교회로 인해 한국교회는 정말로 위태로운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일갈했다. 또 정책협의회에선 “초대형화된 교회는 재력과 인력으로 공들여 사람을 모으고 세력을 확장했다”며 “급기야는 공교회의 법 정신과 복음의 정신까지 훼손하기에 이르렀다”고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세습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장신대 학생들이 지난주부터 동맹휴업(10일 정기총회 때까지)에 들어간 데 이어 세습을 반대해 온 명성교회 일부 교인들은 3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명성교회 비자금 및 비위사실에 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노회, 대전노회, 총회파송선교사 413명, 영남지역장로회연합회 등 지역 노회와 각 기관에서도 세습 반대 대열에 동참했다.

총회 개최를 앞두고 세습 규탄 집회도 이어진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오는 6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예장목회자대회는 10일 총회 장소인 이리신광교회 앞에서 총회 헌법 수호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예고했다.

마지막 기회를 살리려는 예장 목회자들이 몸집을 키워, 총회와 명성교회를 거세게 압박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총회대의원들이 세습 철회와 교회세습금지법 재확인 결의 요구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교단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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