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자갈치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경매 보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자갈치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경매 모습. ⓒ천지일보 2018.9.3

1968년 개장 활어·선어취급 자갈치위판장… 연간 400억원 위판

하역 마친 생선 ‘자갈치아지매’ 손길 거친 후 새벽 6시부터 경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 남항에 자리한 세계 최대의 수산물 집산지이자 부산을 상징하는 관광명소 부산자갈치시장은 자갈치시장이라는 풀네임 보다는 그냥 ‘자갈치’로 통할만큼 명실상부한 연안수산물 유통 1번지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자갈치시장은 중구 남포동과 서구 충무동에 있는 부산시의 유명한 수산물 시장으로서 지금의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처(處)라 불렀던 데서 ‘자갈치’란 이름이 유래됐다.

이곳의 시장 형성은 1889년 일본인들이 자국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인근에 부산수산주식회사를 세우면서부터였다. 이어 1922년에는 부산 어업협동조합이 남포동에 건물을 짓고 위탁판매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자갈치시장의 상인들이 구심점을 찾아 모여들었다.

현재는 부산어업협동조합·어패류조합 등 근대화된 어시장이 480여개의 점포를 형성하며 주로 연안이나 남해에서 잡히는 고등어·대구·청어·갈치·조개·해조류 등 각종 활어와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자갈치건어위판장은 1968년 7월 10일 남포동 위판장으로 개장해 마른멸치와 김 등 연근해 수산물을 연간 400억원 이상 위판해왔다. 이후 부산시수협과 제1·2 잠수기수협, 어패류처리조합이 2007년 4월 공유수면 매립을 시작해 2012년 6월 공사를 완료한 뒤 부산해양수산청과 협의해 옛 자갈치위판장 부지와 현재 위판장 부지를 교환했다.

특히 활어와 선어를 취급하는 자갈치위판장, 조개류를 취급하는 제1·2구 잠수기수협위판장, 등은 자갈치가 옛 명성을 이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자갈치시장 전경.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자갈치시장 전경. ⓒ천지일보 2018.9.3

자갈치시장의 신축건물조형 모양새를 보면 마치 갈매기가 바다를 날고 있는 형세를 하고 있다.

1번 날개→ 도약(갈매기가) 육지로부터의 도약, 2번 날개→ 비상(도약한 갈매기가) 하늘로의 비상, 3번 날개→ 활공(비상한 갈매기가) 푸른 하늘에서의 활공 등 세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시민들의 넓은 휴식 공간인 친수공간은 바다로의 열림, 도시로의 개방을 형상화해 시공된 것이 특징이며 세계제일의 어패류 종합시장으로 국제관광 명소화의 기대 효과를 가지는 상징적인 건물로 재탄생했다.

자갈치시장이 연안수산물 유통 1번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생선직판장 자갈치 부산공동어시장이다.

이른 새벽을 깨우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생기 넘치는 공간을 넘어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과 함께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월병기가 끝난 지난달 29일, 조업을 나간 어선들이 31일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자갈치 항에 속속 입항해 아침녘까지 생선하역이 한창이다.

하역을 마친 생선은 곳곳에서 모여든 생선선별대 전문가인 ‘아지매’ 손을 거쳐 크기·종류별로 선별되며 이렇게 상자에 담긴 고등어는 오전 6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부산공동어시장엔 7명의 경매사가 있다. 이들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자갈치 항에 도착한 생선의 가격평가 및 경락자 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가격이 매겨진 생선은 최상의 선도를 유지하며 곧바로 부산시 내 전역으로 공급되게 된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경매를 위해 고등어를 선별하는 아지매들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경매를 위해 고등어를 선별하는 일명 자갈치아지매들. ⓒ천지일보 2018.9.3

3년째 생선선별 일을 하고 있는 김금례(73, 여, 부산 해운대구)씨는 새벽 3시경부터 시작되는 작업 탓에 2만원이 넘는 택시비를 아끼고자 저녁 10시께 일찌감치 공동어시장을 찾아 동료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새벽을 기다린다.

김씨는 광주 무등산자락에서 자라 1970년에 부산으로 이사를 온 뒤 2남 2녀를 길러내고 7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다. 4년전 사별한 남편의 자리를 메울 심산으로 생선선별일을 시작한 그는 작업 수당으로 받은 돈을 손주들 용돈·학비 보태는 재미로 힘든 줄도 모르고 분주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현란한 손놀림으로 경매를 하고 있는 20년차 김대회 경매사.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현란한 손놀림으로 경매를 하고 있는 20년차 김대회 경매사. ⓒ천지일보 2018.9.3

이른 새벽이지만 아직은 무더운 날씨 탓에 경매를 마친 20년차인 김대회(58, 남) 경매사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있다.

‘목이 아프지 않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호흡에 맞춰 말을 하니 전혀 힘들지 않다”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보인다.

그는 “공동어시장의 생선유통 과정을 살피고 소통을 맡은 일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특히 겨울엔 손도 얼고 고기도 얼어버리는 살인적 추위지만 어시장은 생기와 활기가 넘치는 삶의 현장이기에 젊은 세대에게 꼭 한 번쯤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어시장 정산과에 근무하는 허장근(50대, 남)씨는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더워 예년보다 고기 어획량도 줄었다”며 “오늘은 월병기 후 첫 경매여서 가격이 조금 비쌌다”고 대답했다.

이어 “고등어가 사시사철 올라오는 생선이지만 올해 전체적인 생선가격은 내려갔다”며 “날씨 탓에 기름기가 떨어져 물러진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경매 받은 고등어 상자에 담는 생선 소매업자.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경매 받은 고등어 상자에 담는 생선 소매업자. ⓒ천지일보 2018.9.3

이날 공동어시장 고등어가격은 제일 저렴한 1만 3000원(한 상자), 주로 식당에서 사용하는 중간 치수(40마리)는 5만원, 최상품은 18만 5000원에 경매가 이뤄졌다.

자갈치에서 생선 소매업을 하는 김정순(가명, 52, 여)씨는 “오늘 경매는 조금 비싸게 나왔지만 씨알(크기)이 너무 좋아 만족한다”며 준비한 상자에 주워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산 동구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는 박명자(가명, 55, 여)씨는 “정식에 고등어를 구워낼까 하고 구매하러 왔는데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생선 가격이 올라 고민”이라며 “수년째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을 위해서라도 감수해야 할 거 같다”면서 가격 흥정에 나섰다.

한편 자갈치시장과 공동어시장 일대에서는 매년 10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슬로건으로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자갈치아지매’와 수산시장 특유의 생동감,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을거리, 살거리가 어우러진 해양수산물축제 자갈치문화관광축제가 열리고 있어 자갈치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발길은 늘고 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어선에서 고등어 하역하는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고등어 하역하는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하역한 고등어를 선별키 위해 실어 나르는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하역한 고등어를 선별키 위해 실어 나르는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자갈치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경매 보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고등어 경매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경매를 위해 선별작업 중인 고등어.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고등어 경매를 끝내고 이동하는 상인들 모습. ⓒ천지일보 2018.9.3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