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나라살림연구소, 행정안전부) (일러스트: 박선아 기자) ⓒ천지일보 2018.9.3
(자료: 국세청, 행정안전부) ⓒ천지일보 2018.9.3

국세:지방세 현 8:2에서 점차 6:4로

지방세 비율 올리면, 지역불균형 악화

당장 7:3 되면 세수 최대 160배차

지역 희비교차 “대책必” “빨리 시행”

[천지일보=전국부 특별취재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공표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8대2에서 7대3을 거쳐 6대4로 개편해 실질적인 재정분권을 실현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저출산·고령화로 복지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돈을 운용하는 ‘재정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24일 ‘범정부 재정분권 TF’를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산하로 출범시켰다. 지난 2월까지 ‘재정분권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나온 결과물은 없다.

◆국세:지방세 7:3 되면 지역불균형 커져

그러나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은 시동도 걸기 전에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는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균형 원칙이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지난 5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2에서 7:3으로 조정하면 경기도는 2조 7000억원 가량 세수가 느는 반면 강원도는 168억원 증가에 그쳤다. 인구 등을 무시하고 표면적 세수만 비교하면 무려 160배 차이다. 시군별로도 창원 2637억원, 김해 1118억원이 늘어나는 데 비해 함양군은 약 25억원이 느는 데 그쳤다. 일부는 되레 세수가 감소했다.

국회예결위가 지난 7월 보고한 ‘국세 지방세 비율 조정에 따른 지방교부세 변화 분석과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방향’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7:3으로 지방세 비율만 늘리면 18개 지자체는 재정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에서는 철원·양구·인제 등 3개 지자체의 재정 수입이 약 12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진안·장수·임실 등에서 약 13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됐고 경북은 의성·영양 등에서 약 15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전남은 곡성, 구례, 고흥, 보성, 장흥, 해남, 함평, 완도, 진도, 신안 등 가장 많은 10개 지자체에서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감소가 예상되는 세수는 총 111억원에 달했다. 반면 경기도, 충청, 경남에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지자체는 없었다.

이런 현상은 지방세 비율을 높여 국세가 줄어들면, 국세 중 내국세에 연동돼 지자체로 흘러가는 지방교부세가 감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필요 재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국세 중 내국세의 19.24%를 지방 행정에 보조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지방세 증대로 인한 일부 지자체 세수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올해 일몰이 예정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개별소비세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휘발유·경유를 구매할 때 별도로 부과되는 소비세의 일종이다. 재정 여력이 높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동재원을 신설하는 안도 제시됐다. 재정수입액을 재정수요액으로 나눈 재정력 지수가 일정 비율을 초과한 지자체의 추가 세수를 공동재원으로 해 교부세와 통합 운영하는 안이다. 지방소득세의 최고구간 세율을 인상하거나 ‘부동산교부세’로 지자체에 배분되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안도 제시됐다.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천지일보 2018.9.3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천지일보 2018.9.3

◆지역별 입장차 확연 “대책 필요” “빨리 시행”

각 지자체는 지방세 증대에는 원칙적으로도 동의하면서도 지역 상황에 따라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세율이 개편될 경우 22개 중 10개 지자체 재정이 오히려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나온 전남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 보완책을 요구했다.

나상인 나주 기획예산실장은 “상세한 재정정보를 작성하고 공개해 사전에 마련된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배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교부세가 줄어 자주 재원이 감소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닌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지역 간 재정격차를 조정하고 지방재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재정분권을 위해서는 해마다 늘어나는 국고보조금도 정부 지정 사업뿐 아니라 지자체가 필요한 곳에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포괄보조금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세 비율이 늘어날 경우 가장 많은 세수를 확보하게 될 경기도는 공식 입장을 꺼렸다. 다만 연천 가평군 등 상대적으로 기본경비가 부족한 군이 포함된 의정부시 김병선 예산팀장은 “일단 법이 바뀌고 나서야 대안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기본경비가 부족한 지역은 방치하지 않고 함께 가는 정책을 펼 것”이라면서 자체 보완책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천군청 조주연 홍보팀장은 “국가에서 주는 특별교부세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제도가 바뀌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세율조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신교훈 인천시 세무팀장은 “재원이 늘 부족하다”면서 “어차피 줄 거라면 국세를 거둬들여 지방에 나눠주지 말고 미리 지방세로 전환해서 바로 지방정부가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김종호 세정팀장은 “지방분권 강화와 권리를 주는 측면에서 중앙부처가 양보해 국세 비중을 현 80%에서 70%, 60%로 빨리 내리고 지방세 비율을 늘려야 하는데 기재부가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며 “세율 조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의회 박혜련 행정자치위원장은 세율 조정 시 ‘세수 수도권 집중현상’을 우려했다. 아울러 지역균형 발전 방안으로 ‘공동 세원화’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논의대로 지방세 비율만 늘리면 ‘세수 수도권 집중현상’을 초래한다”면서 “증가되는 세액을 전국 공동세원화해 지역별 가중치를 둬서 안분해야 지역균형 발전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또 “국세의 지방세 이전과 지자체 재정자립도 향상을 위해 지자체가 스스로 세원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구 의원 등을 중심으로 세율 개편에 적극성을 보였던 부산시는 말을 아꼈다. 부산시와 진구 수영구 세무 담당자들은 이구동성 “많이 주면 좋은 것 아니냐”며 세율 조정안을 반기면서도 “아직 시행을 안 해서 기준을 잡을 수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세수 큰 폭으로 느는 경남 ‘쌍수’ 환영

국세 지방세를 7:3으로만 올려도 당장 창원 2637억원, 김해 1118억원 등 막대한 예산증대가 기대되는 경남은 대체적으로 빠른 공약이행을 촉구했다. 도의회 의원들은 당을 초월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은 “환영한다”면서도 “지방자치법개정안을 부분적으로 볼게 아니라 폭넓게 봐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경남도의원(기획행정위원회 위원)은 “의회 내에서도 몇몇 도의원과 함께 지방분권에 관련된 연구단체를 추진 중”이라며 “7~8명 정도 지방분권 지방자치와 관련된 연구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병희 경남도의원(교육위원회 위원) “지방분권 재정분권 실행은 중앙정부의 의지의 문제이지 다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분권자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가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사람을 놀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노창섭 창원시의원은 “공약만 있을 뿐, 지방분권 서명하고 출발할 때는 엄청나게 떠들었는데 실질적으로 지방분권의 구체적인 것이 정책적으로 실현된 게 없어 안타깝다.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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