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가 ‘총회재판국 공정재판을 위한 마지막 연합기도회’를 열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동남노회 비대위가 제기한 ‘서울동남노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7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8.8.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가 ‘총회재판국 공정재판을 위한 마지막 연합기도회’를 열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동남노회 비대위가 제기한 ‘서울동남노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7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8.8.6

교회 세습 반대 목소리 확산

장신대생 수업거부‧동맹휴업

학생들 지지하고 나선 교수들

헌법위 ‘세습금지법’개정 추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명성교회 ‘부자(父子) 세습’이 소속 교단 재판국의 인정을 받았지만 교단 내 세습반대 측의 목소리는 총회를 앞두고 절정에 달하고 있다.

명성교회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오는 10일 제103회 정기총회를 갖는다. 반대 측은 이번 총회를 통해 세습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모로 한국교회 양대산맥 중 하나를 이루고 있는 예장통합이 이번 총회에서 결정하는 내용은 한국교회 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점은 명성교회 재판에 중요 판단근거로 작용됐던 교단헌법의 개정안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관련 교단헌법은 제28조 목사의 청빙과 연임 청원 6항이다. 이 법조항은 소위 ‘세습금지법’으로도 불린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교단 내에서는 은퇴했더라도 5년 이내에는 담임목사직을 대물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은퇴한 후나 사임 후 1년만 경과했다 할지라도 공동의회를 통과한다면 대물림 할 수 있게 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사실상 대물림 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이 더욱 확실해지는 셈이다.

개정안에서는 ‘해당 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 목사 및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는 위임(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단, 은퇴 및 사임 1년 경과 후, 공동의회에서 반드시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의한 결과 3/4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진된다.

현행법에서는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를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와 ‘단, 자립대상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만 명시돼 있다.

이번 명성교회 재판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은퇴하는’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은퇴한 날로부터 5년 이내’라는 설명이 추가됐다. 그러나 은퇴 및 사임 1년 경과 후 공동의회를 통해 4분의3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사항이 추가돼 앞 문구를 무력화했다. ‘단, 자립대상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는 사라졌다.
세습반대 측은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해준 판결을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통합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등 1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예장목회자대회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명성교회 재판에 대한 비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대회 성격이 공개되자 예장통합유지재단이 장소 사용을 불허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예장목회자대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명성교회 세습은 하나님의 교회를 사기업으로 보기에 가능한 것이다. 금권과 종교 권력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가리는 무리에 대해 거룩한 분노를 일으키자”고 동참을 촉구했다.

앞서 예장통합 직영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학생들도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에 항의한다며 지난달 28일 비상 총회를 소집하고 단체 수업거부와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은 장로교 흑역사의 반복일 뿐이었다. 이들은 판결을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1938년 9월 장로교회는 신사참배를 인정하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2018년 8월 7일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의 세습을 눈감아줬다”며 신사참배를 인정한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라 국가의식이다’는 논리가 목회세습이 합법이라는 ‘김삼환 목사님은 이미 은퇴한 목사님이기에 세습이 아니다’는 논리가 닮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교회에 씻을 수 없는 치욕적인 사건은 이렇게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들은 “지금은 9월 10일 총회를 앞두고 세습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며 “그저 뒤에서 손가락질만 하기엔 신학도의 소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호소했다.

장신대 학생들의 수업거부는 학교 이전 문제로 내홍이 일었던 1989년 이후 29년만이다.

이어 교수들도 학생들의 수업거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촉구하는 장신대교수모임(세교모)’은 30일 성명을 내고 “우리 교수들은 지금 동맹휴업으로 세습에 강렬하게 저항하고 싸우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응원을 보낸다”며 학생들의 결단을 지지했다.

예장통합이 이번 총회를 통해 ‘교회 세습 용인 교단’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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