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편집인

 

유난스레 별났던 지난여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폭염과 폭우와 지진과 화마가 온 지구촌을 휩쓸고 지나간 그 뒤안길에 서 있다. 9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천지일보 창간 9주년, 강산도 변한다는 10주년을 앞두고 찾아온 창간 아홉 돌이 기쁨보다 무거움으로 다가오니 왜일까. 그래도 먼저 지금까지 믿고 함께해 준 온·오프라인의 애독자와 네티즌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그 명제는 늘 부담이 되기도 했고, 때론 사명감으로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했다. 혼탁한 세상에 ‘정론직필(正論直筆)’이란 말과 같이, 한 줄기 빛과 같은 묵직한 언론의 사명을 다짐하며 시작했지만, 열악한 환경과 부족함으로 그 사명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시류에 흔들릴 때도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나와 너’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나는 정의, 너는 불의’라는 자만적이고 자아도취적 술 취함에 즐겨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도 한다. 정치 종교 사회 문화 경제 언론 등 그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고 성한 것이 없는 이 세태 속에서 그래도 편견과 치우침 없이 중심을 잡아야 할 대상은 역시 ‘언론’뿐이라는 답을 얻게 된다. 

왜곡되고 편협되고 치우치고 기울어진 세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팩트(fact)’, 즉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며, 이 사실을 알 권리를 가진 독자와 네티즌들에게 알리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의무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처럼 왜곡된 현상은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우리의 생각과 사상과 의식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히고 병들어 허무한 데 굴복당해 있는 현실이 그 원인이라면 이를 알리고 깨닫게 하는 것이 또 그 사명일 것이다.

따라서 천지일보 사시(社是)에도 적시됐듯이, 생각과 의식을 깨워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고 판단하게 하는 언론의 역할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특히 ‘정의(正義)’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세상이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다가와 있지만 왠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있다. ‘정의’에 대한 의미가 그야말로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왜곡되고 불의하고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호도돼 있기 때문이다. 

정의가 퇴색됐다는 것은 기준이 사라졌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사회와 나라에선 미래도 희망도 사라졌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때 천지일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이념, 창간과 함께 일관성 있게 주창해 온 ‘중도(中道)’ 내지 ‘중도언론’의 가치는 참으로 그 무엇과도 비견(鄙見)할 수 없을 것이다. 

중도라 함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의 입장에 선다는 애매모호한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느 편에든 확실히 선다는 뜻이 담겨있다. 여기서 말하는 ‘어느 편’은 옳은 편과 옳은 쪽을 가리키는 것이지 어떤 대상과 진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흔들림과 치우침과 쏠림이 없으며, 나아가 불의함이 없는 ‘마음의 중심(中心)’을 뜻하며, 오직 진실과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서서 묵묵히 오른 길을 걷기에 중도(中道)라 하는 것이며, 천지일보가 가는 그 길이다.

이 중도는 불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됐으나 종교를 초월해 인생들의 삶의 지표로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유사용어로 유교 사서오경 중 하나인 ‘중용(中庸)’이 있고, 기독교 경서에도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마 5;37)”라고 교훈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불선 3도의 가르침에서도 불 수 있듯이 이 중도가 곧 정도며, 언론이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좁고 험악한 길이기에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 길을 걷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어쩌면 누군가는 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시대적 명령 앞에 서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거짓이 사라진 사실과 진실과 진리와 정의가 꽃피는 아름답고 영원한 세계가 도래할 것이 이미 약속돼 있다. 그러하기에 진리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는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 해 준 애독자와 네티즌 여러분들의 성원과 함께 10주년을 향해, 아니 더 크고 밝은 미래를 향해 천지일보 기자들은 무게(weigh)를 느끼며 내일도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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