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과거집착 버려야 난국 극복
[이재준 문화칼럼] 과거집착 버려야 난국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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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우리처럼 과거집착에 강한 민족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인지 개혁이나 혁신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오랜 전통을 보전한 대견함은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도전해 성공하는 역동성은 떨어졌다.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수용하지 않은 실패는 대표적인 예다. 실학의 주 이념은 ‘이용후생(利用厚生)’이다. ‘이용(利用)은 장인(匠人)이 그릇을 만들고, 장사가 재물을 운반하는 것 등을 말하며, 후생은 넉넉한 삶’이란 용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위 ‘이용후생’ 학파는 성역불가침이었던 조선 성리학의 시대착오적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개혁의 나팔을 불었던 것이다. 그 뒤에는 영명한 군주 정조(正祖)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과학의 도입, 상공업의 육성, 기술혁신, 해외 무역 증진 등을 제안했다. 즉 조선의 찌든 가난을 극복해 한번 도약해 보자는 것이었다. 청나라를 다녀와 북학의(北學議)를 쓴 박제가(朴齊家)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무역을 함으로써 국가의 부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 조선 양반사회의 폐쇄적 세계관을 극복해 문호개방을 주장했던 것이다.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도 열하일기를 통해 그 ‘청나라가 오랑캐라고 멸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선 사회는 대명의리(對明義理) 사상에 빠져 청나라를 숭배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세상 물정에 눈을 뜬 실학자들이 청나라에서 그 발전상을 보고 조선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실감했던 것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연경 시장에 쌓여진 많은 상품들이었으며 이들의 아름다운 패션과 삶의 질이었다.  

그러나 실학자들의 호소는 수용되지 않았다. 양반사회의 권위와 이익에 반한 것이었으므로 배척당했다. ‘성리대의에 맞지 않으며 오랑캐를 비호한다’고 비웃었다. 이들은 더욱 철저하게 과거 역사에 빠져 국력을 허비하고 기회를 잃고 말았다. 박제가는 조선이 생각을 바꾸지 않자 개탄했다.  

- 아아, 나를 찾아왔던 사람들은 모두가 장차 이 도(道)를 밝혀 이 백성을 다스릴 사람들인데, 고루함이 이와 같으니 오늘날 우리나라가 진흥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략) - 

지금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만도 턱밑까지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IT분야에서는 벌써 한국을 능가하고 있다. 아시아 빅3 중국 일본 인도는 우주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심각한 경제난국의 내홍에 빠져 있다. 여당지도부마저 네 탓 공방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도 경제실패의 원인을 놓고 오만과 편견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주 옥천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이 3명의 가족을 살해하고 자해한 끔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 저기 힘든 국민들의 탄식과 고통이 심각한데도 마이웨이만을 외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세계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다가 국가를 잃은 조선 후기 망국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빨리 국가의 기운을 과거집착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실학의 세계를 수용해야 한다.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묻을 것은 묻고 가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지향적 적폐청산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나.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역동적인 희망만이 좌초직전의 대한민국 호를 구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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