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톨릭 윌슨 대주교가 지난달 사제 아동성추행 은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호주 가톨릭 윌슨 대주교가 지난달 사제 아동성추행 은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고해성사 비밀… 불가침 영역”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호주 가톨릭교계가 고해성사 중 들었던 ‘아동성학대’를 신고해달라는 정부의 권고를 거부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가톨릭주교회의(ACBC) 대표 마크 콜리지 대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해성사의 내용을 신고하도록 하는 게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호주 왕립위원회 측은 ‘소아성애’의 증거를 신고하지 않은 신부를 처벌해야 한다며 신고할 것을 권고했었다. 이에 호주 가톨릭계는 ‘고해성사로 알게 된 내용을 비밀에 부친다’는 전통을 깰 수 없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콜리지 대주교는 “호주 사제들은 어린이 안전과 고해성사 두 가지 모두 지킬 것이다. 이는 불가침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주가톨릭(CRA) 대표 모니카 카바나 수녀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유일한 권고는 고해성사를 깨는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호주 정부는 성직자들이 고해성사 도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도착 행위를 들었을 때 이를 숨길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2013년 호주 연방정부는 ‘기관의 아동성학대 대응에 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호주 전역에서 벌어졌던 가톨릭교회 아동성범죄를 조사 중이다. 특조위가 지난 2016년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5년 사이 ‘어린 시절 가톨릭 사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신고한 이가 4444명에 달해 충격을 줬다. 특조위 수사로 고위 사제들의 성범죄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호주 뉴캐슬 지방법원은 지난달 필립 윌슨(67) 애들레이드교구 대주교를 1970년대 아동성학대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진단을 받은 상태인 윌슨 전 대주교는 구속 대신 1년간의 가택연금을 선고했다.

윌슨 대주교는 40여년 전 뉴사우스웨일스 지역 교구에서 제임스 플레처 신부가 어린 복사(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교황청 서열 3위 재무원장관 조지 펠 추기경도 성범죄 혐의로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펠 추기경은 1970년대 발러렛 교구 신부로 재직 당시 한 수영장에서 다수를 성폭행했다는 혐의와 1990년대 멜버른 대교구 대주교직 수행 당시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한 사람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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