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8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에서 대법원이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과 국가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판결 등 3건의 과거사 판결에 대해 위헌 여부를 선고한다. ⓒ천지일보 2018.8.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8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에서 대법원이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과 국가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판결 등 3건의 과거사 판결에 대해 위헌 여부를 선고한다. ⓒ천지일보 2018.8.30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31일 “헌법재판소(헌재)의 재판상 화해 조항에 대한 일부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헌재의 긴급조치 재판소원에 대한 각하 결정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고 “헌재의 소수의견을 통해 대법원 판례의 문제가 확인된 만큼, 대법원은 신속히 긴급조치 국가배상청구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고, 국회는 국가의 조직적 인권침해범죄 등에 대한 시효배제와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절차를 담은 특별법 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헌재는 전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에 대해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일부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에 규정된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민변은 “이번 헌재 결정은 대법원의 무리한 법해석을 바로잡아 제한적으로나마 계속 중인 사건이나 확정된 사건의 과거사 피해자에게 구제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1980년대 국가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보상을 청구하는 시한(소멸시효)을 둔 과거사정리법 조항에 대해선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민변은 “이전에 법원이 신의칙을 이유로 소멸시효를 배척했는데, 이번에 헌재가 관련 규정에 대해 위헌을 선고한 것”이라며 “과거 국가에 의해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해 불법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기간을 적용할 경우, 사실상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이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에 관한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도 여전히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이라고 하는 주관적 기산점에 대해선 과거사 사건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도 여전히 적용된다는 전제 아래 진실규명 결정 또는 재심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이 도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판단한 것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러나 “위 문제의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기존 결정의 기속력에 반해 과거사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돼야 마땅했다”며 “그럼에도 헌재는 실질적인 판단 없이 지극히 형식적인 판단으로 위헌적인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헌재가 스스로 위헌이라 결정한 긴급조치에 대해 그 위헌 결정의 구체적 논거에 정면으로 반하는 논리 전개를 통해 긴급조치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를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으로 엄중하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여러 건의 과거사 관련 헌재의 결정으로 대법원의 기존 과거사 판결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면서 “과거회귀적 판결을 하고 재판거래까지 서슴치 않았던 대법원의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을 향해 이제라도 재심 또는 사건 재개를 통해 소멸시효와 재판상 화해 조항에 막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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