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북 압박의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방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지 닷새 만에 트위터에 백악관 성명을 ‘셀프 발표’ 하면서 북한과 중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통해 ‘지금 당장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지 않는다’에 무게를 두면서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즉각 재개할 수 있다’는 압박을 동시에 가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 “김정은과 아주 좋고 훈훈한 관계라고 믿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한미 군사훈련(워 게임)에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한국 및 일본과 즉시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먼저 “한미 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매티스 장관의 전날 발언이 연합훈련 재개 시사로 해석되는 등 진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자 하루 만에 ‘즉각 재개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취소와 그 계기로 지목된 ‘김영철 편지’ 파동 등으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매티스 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지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병행전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연합훈련 중단 일단 유지’ 입장을 밝히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훈풍을 타고있다고 재차 강조하는 등 북한 끌어안기에 초점을 맞췄다. 

매티스 장관이 이날 성명을 내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군사적 태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흐름과 보조를 맞춘 차원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북미협상 교착의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고 대립각을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대북 압박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대립전선의 주축을 중국쪽으로 이동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북중 관계에 균열을 내며 비핵화 협상 과정 중 중국의 입김을 차단하는 동시에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과 관련한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중국 탓에 상황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불만을 연이어 표현하는 데는 북한에 대한 ‘배후조종’을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 판에서 손을 뗄 것을 경고하면서 무역 분쟁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지난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 ‘선(先) 미중 무역전쟁 해결 - 후(後) 비핵화 협상’의 연계를 시사했던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다.

곧바로 연합훈련을 재개하지는 않을 테니 중국에 의존하지 말고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달래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판을 깨지 않으려는 의지도 보인다. 

강온 정책을 동시에 구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철저한 계산하에 이뤄지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며 다시 ‘공’을 북한에 넘겼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 대해 북한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어떤 대응을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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