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칼럼] 정치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보다 군축협상으로 신뢰회복부터
[호국칼럼] 정치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보다 군축협상으로 신뢰회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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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휘 청운대교수, 정치학박사,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지금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이나 평화회담을 얘기하려면 베트남전쟁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살펴 볼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베트남전쟁(1945~1975)은 ‘30년 전쟁’으로 남베트남은 전쟁으로 패망한 나라가 아니라 북베트남의 ‘위장평화회담전술’에 걸려들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촌평(寸評)을 할 수도 있다. 외교적 관점에서는 키신저 미 대통령안보보좌관이 북베트남 외교관 레둑토에게 평화회담 기만전술에 속아서 남베트남을 패망시킨 미국의 패전이다. 

그리고 1973년 키신저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레둑토는 수상을 거부했는데 2년 뒤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을 공산화시킬 ‘위장평화전술’ 때문이었다고 구전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전쟁의 핵심을 알려면 1969년부터 시작해 1973년 1월 27일 체결한 5년간의 ‘파리평화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베트남의 평화협상 전략은 다 양보해도 오로지 ‘미군철수’에 초점을 맞춘 위장평화였던 계략(計略)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파리평화협정에는 1)조인 후 60일 이내 미군철수 2)포로상호석방 3)민족화해일치 전국평의회 설치 등으로 그럴 듯하게 남·북베트남의 평화약속을 명문화했지만 북베트남의 협상목적은 공산화의 절대적 장애물인 ‘미군제거’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협상술수를 모르면 망국이 된다. 남베트남은 위장평화계략에 속아서 종전과 평화가 왔다고 환호하며 스스로 정신적 무장해제를 한 것이 결정적인 패망의 원인이 됐다.

파리평화협정체결 후 미군은 철수를 했고, 남베트남은 친북베트남 정치·종교세력의 집요한 반정부데모로 정치적 안정이 무너져갔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닉슨의 워터게이트사건이 터졌고, 북베트남은 평화협정을 휴지조각 취급해버리고 1975년 3월 10일 새벽 2시 총공세를 감행해 4월 30일 정오에 조직적인 저항도 제대로 못한 남베트남을 일거에 공산화시켰다.

지금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선언으로 해결될 것 같던 ‘북핵폐기’는 어디가고, ‘종전선언’이 갑자기 부상하면서 전문가들조차 어리둥절한 협상논점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국면은 중국고전병법 ‘36계’의 제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아군은 편하게 쉬고 적을 피로하게 만드는 계략)나 제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공격하는 계략) 또는 제20계 혼수막어(混水摸魚; 물을 혼탁하게 해서 물고기를 더듬어 잡는 계략)를 잘 해석해서 난국을 통찰해야만 한다.

즉 북한의 계략이 북핵폐기의 논점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엉뚱한 종전선언을 들고 나와서 지연전술로 한미 양국을 피곤하게 만들고, 종전선언 주장으로 비핵화문제를 슬그머니 바꿔버리는 그야말로 협상의 본질을 혼탁하게 만들지만 북한의 이득은 챙긴다는 위장평화전술인 것이다.

북한은 지난 18일 ‘종전선언은 한갓 정치적 선언’에 불과할 뿐이라면서 합의 간청을 하고, 21일에는 4.27 판문점선언에 따른 종전선언 채택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북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요구의 전부일까? 이어서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요구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할 것이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고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고도의 대남적화전술은 추호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6.25전쟁 휴전협정 이후에 대남무력도발횟수가 공식적으로 3094회(침투 1977회/국지도발 1117회)로 정전약속도 안 지키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지킬 것인가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베트남전의 교훈처럼 북한은 결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무력집단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검증도 없이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으며,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비핵화 조치를 하고, 남북한 군비축소협상을 동시에 해야 한다. 종전선언은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해도 결코 늦지 않다. 오히려 정치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보다 실질적인 군사력에 대한 군비축소가 이행된다면 진정한 평화가 한반도에 깃들 것이다.

세계전쟁사에서 선언이나 조약만으로 종전과 평화가 지켜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로마의 베제티우스는 저서 ‘군사학(De Re Miltari)’에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금언을 남겼고, 제나라 사마양저는 ‘사마법’에서 “천하수안(天下雖安) 망전필위(忘戰必危)” 즉 “천하가 비록 평안할지라도 전쟁을 잊고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위기가 닥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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