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이 있다. 꼭 직업이라고 할 수 없더라도 뭔가 일을 하며 살아가게 돼 있다. 지인 분 중에 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장가를 갔는데, 결혼 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그리고 결혼 후에는 아내로부터 술도, 여자도, 다 좋은데 사업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 같은 서민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등을 모르는 채 인생을 살았다면 그것은 좀 안타까워 보이는 부분이다.

얼마 전에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인 팀이 메리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팀이 메리에게 직업을 묻자 메리는 출판사에서 원고를 본다고 이야기한다. 팀의 반응이 참 재미있다. 

“책을 보면서 돈을 버는군요. 마치 숨을 쉬는 대가로 돈을 받는 거와 같네요.”

꼭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아니 그렇게 꼭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생각은 참 즐겁고 행복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연구소에서 화요일 저녁마다 책을 한 권씩 브리핑을 해주는 세미나다. 

조선 후기에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착안을 했다. 그때는 문맹률이 높아서 전기수라는 직업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태이다. 하지만 노안이 오거나 바쁘거나, 또는 폰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책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현대판 전기수를 자청한 것이다. 

남을 위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전기수인 나에게 더욱 크게 도움이 된다. 

우선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 시간 안에 반드시 책을 읽게 된다. 혼자 읽는다면 몇 주가 걸려도 못 읽을 책을 일주일에 한 권을 읽어낸다. 또 좋은 것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하니까 중요한 부분을 잘 기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것이 다른 강의나 글을 쓸 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일에서 느끼는 자부심이나 즐거움 등은 인생의 어떤 즐거움이나 행복과도 바꿀 수가 없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 대부분은 이 세상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 도움이 되는 부분을 자랑으로 삼으면서 살면 늘 행복할 수 있다.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문에 들어서는 순간 카드를 빼놓는다. 10개의 도장을 받으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카드이다. 요즈음은 본인보고 폰번호를 입력하라고 해서 포인트를 쌓는 곳이 많은데 특이하다고 생각했다가 카페가 한가할 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자기네도 그 포인트 처리해주는 기계가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것은 고객의 이름도 알 수가 없어서 고전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참 직업에 자부심이나 애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카페는 바쁜 시간이 따로 없다.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요즘같이 카페가 많은 시대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하지만 그 카페에 몇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것이다.

사실 누가 시켜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걸 기뻐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행복할 자격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청소를 하는 사람이든, 경비를 하는 사람이든 또는 교수든 일에서 느끼는 기쁨의 정도는 같을 수 있고, 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과 기쁨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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