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수술대 위에 선 한국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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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인도네시아로 출발하기 수일 전 개인적으로 만난 김성조 한국선수단장은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5개, 6회 대회 연속 종합 2위’ 목표 달성이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지만 선수단의 전력을 냉정하게 분석해 볼 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며 “하지만 종합 2위를 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론 등과의 인터뷰에서 목표 달성을 약속하면서도 썩 자신감 있게 얘기하지 못한 것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이 종합 2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일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이미 일본은 최근 수년 전부터 한국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었다. 일본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 12, 은 8, 동 21개(총 메달수 41개)로 6위를 차지, 금 9, 은 3, 동 9개(총 메달수 21개)로 8위에 오른 한국을 훨씬 앞질렀다. 2020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수년 전 창설한 체육부를 중심으로 엘리트스포츠를 질적으로 크게 성장시켜 놓았다. 중국은 일찌감치 저 앞에 가 있고, 일본마저 넘볼 수 없는 상대가 됐던 것이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일본의 종합 2위 싸움은 한국선수단장이 우려했던 대로 시작부터 판가름 났다. 일본은 초반부터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르며 금메달 수에서 한국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초반부터 한국을 앞서나간 일본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금메달 10개 이상으로 벌려나가 한국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이다. 한국 언론은 2위에 대한 기대감을 잠시 띄우기도 했으나 여의치 않음을 인지하고 목표 달성에 관한 기사를 더 이상 내놓을 수가 없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나름대로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었다. 진천선수촌에서 참가 종목 전 선수들이 수년간 입촌, 강화 훈련에 주력했으며, 해외전지훈련으로 실력을 가다듬기도 했다. 여자농구, 카누, 조정 등에서는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 출전해 전력의 보강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스포츠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여러 종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력 종목인 태권도, 양궁 등에서 목표의 반타작도 올릴 수 없었다. 태권도는 각국의 전력 평준화로 세계 최강국의 자리가 흔들린 지 오래됐으며, 지난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2014 인천 대회까지 9회 연속 아시안게임 1위를 차지했던 난공불락의 양궁마저 남자 단체전과 개인전서 은메달에 그치는 등 예상밖의 전과를 보였다. 골프에서도 남녀 모두 노골드의 충격을 보였다. 특히 세계정상의 여자골프는 필리핀에 뒤지며 단체전은 은메달에 그쳤고, 개인전은 아예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이 강세종목에서 밀려난 것은 그동안 한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여러 나라들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한국의 전략종목의 성공모델들을 채택, 한국 지도자들까지 영입해 기술까지 전수받으며 실력을 키웠다. 일본은 배드민턴에서 한국의 박주봉을 수년 전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받아들여 한국 타도의 기치를 목표로 칼을 갈아 왔는데,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48년 만에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는 개가를 올렸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화로 세계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선 한국스포츠는 그동안 메달종목에 집중하며 체력과 정신력을 중점으로 한 훈련지상주의로 이끌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출산력 저하로 젊은 선수층의 토대가 얇아졌고, 운동선수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유망주 발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들어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8 아시안게임은 한국스포츠가 앞으로 나아가느냐, 뒤로 처지느냐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스포츠는 그동안의 성과를 다시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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