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정종수 관장이 한국사회 전통 제례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국학진흥원 ‘전통 상제례 문화의 현황과 과제’ 학술회의

[천지일보=김종철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국사회 전통 제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국학진흥원과 세계유교문화축전조직위원회 공동주최로 지난 1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정종수(국립고궁박물관) 관장은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라고 설명했다.

정 관장은 제사와 차례는 시대적 이념과 상황에 따라 형식은 변했지만 한결같이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같은 유교식 제사는 고려 말부터 도입됐다. 그 후 조선 초에 사대부를 중심으로 중국의 ‘주자가례’가 수용되면서 점차 보급됐다.

주자가례에는 사시제(四時祭) 시조제(始祖祭) 선조제(先祖祭) 이제(?祭) 기제(忌祭) 묘제(墓祭) 등 모두 여섯 가지 집안 제사를 정해 놓았다. 조선시대에는 사시제, 기제, 묘제만을 제사로 규정했다.

제사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들어와 많은 변천을 가져왔다. 1969년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되면서 관혼상제와 기타 의례절차가 간소해졌다.

기제(기일에 지내는 제사)에서 조상의 봉사 대수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만 해도 신분과 지위에 따라 봉사(奉祀) 대수가 한정됐다. 17세기 이후가 되면서 4대 봉사가 증가했지만 1970~80년대 산업화로 도시화, 핵가족화 되면서 4대 봉사에 대한 관념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기독교, 천주교 신자의 증가로 종교식 제사로 변하거나 제사 자체를 지내지 않는 집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봉사 대수가 여러 대인 경우에는 기제를 한날로 정해 한 번에 여러 대를 지내는 일종의 합동제사가 행해지고 있다.

정 관장은 “오늘날에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제사를 지내고자하는 경향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사회 분위기도 이를 당연시 여기는 풍조이기 때문에 제사의 축소 내지 간소화 추세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효에 대한 관념이 약화되면서 제수 준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화 한 통화에 어디든지 제사상을 차려주는 서비스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사상의 제물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있다.

참외 수박 포도 귤 바나나 키위 등을 제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문에 따라 다르기도 하나 일반적인 원칙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조율이시, 좌포우혜, 어동육서, 홍동백서 등 상차림 방법은 예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제례 절차의 간소화에 한글 제문과 한글 지방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제사 때 여자들은 참여를 하지 않고 남자들만 지냈지만 여자들도 제사에 참여해 절을 하는 추세다.

정 관장은 “인터넷 제사까지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절에 여행지나 호텔, 콘도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으며, 맞춤제수가 인기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전통적인 제사는 가족 구성원과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지금보다 크게 변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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