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 읽는 역사이야기] 미국의 감귤 농업을 살린 무당벌레
[동물로 읽는 역사이야기] 미국의 감귤 농업을 살린 무당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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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현배 시인, 역사 칼럼니스트

1870년대 미국 최대의 감귤 산지인 캘리포니아 주에 솜털깍지벌레가 침입한 적이 있었다. 솜털깍지벌레는 감귤나무를 망치는 해충으로 크게 번식하여 미국의 감귤 농업은 파멸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9
1870년대 미국 최대의 감귤 산지인 캘리포니아 주에 솜털깍지벌레가 침입한 적이 있었다. 솜털깍지벌레는 감귤나무를 망치는 해충으로 크게 번식하여 미국의 감귤 농업은 파멸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9

무당벌레는 무당벌레과에 속하는 딱정벌레다. 전 세계에 4천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91종이 있다.

무당벌레는 몸이 반구형으로 노란색ㆍ빨간색ㆍ검은색 등 다양한 색깔과 화려한 무늬를 지니고 있다. 같은 종이면서도 다른 무늬를 나타내, 마치 무당처럼 여러 가지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다 하여 ‘무당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무당벌레의 아름다운 몸 색깔은 일종의 경고색이라고 한다. 천적인 새들에게 “나를 먹으면 맛이 없다.”고 미리 경고를 하는 것이다. 두 번 다시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다.

무당벌레를 손으로 잡으면 노란색의 액체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그 냄새가 고약해서 천적들을 쫓을 수 있다. 무당벌레를 건드렸다가 냄새 때문에 혼쭐이 난 새들은 무당벌레가 모여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무당벌레의 아름다운 몸 색깔만 봐도 흠씬 놀라 얼씬도 안 한다. 하지만 무당벌레는 외관상으로 화려하고 예뻐 보이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레이드 비틀’ 즉 ‘숙녀 딱정벌레’라고 부른다. 그리고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한자로는 ‘천도(天道)’라고도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됫박처럼 보인다고 해서 ‘됫박벌레’라고도 불린다.

무당벌레는 육식성으로 진딧물ㆍ깍지벌레 등을 잡아먹는다. 진딧물ㆍ깍지벌레 등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기 때문에 무당벌레는 ‘살아 있는 농약’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무당벌레를 ‘생물 농약’으로 이용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1870년대 미국 최대의 감귤 산지인 캘리포니아 주에 솜털깍지벌레가 침입한 적이 있었다. 솜털깍지벌레는 감귤나무를 망치는 해충으로 크게 번식하여 미국의 감귤 농업은 파멸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이 솜털깍지벌레를 연구한 사람은 미주리 주의 곤충학자 C.V. 릴리였다. 1872년 그는 솜털깍지벌레의 원산지가 오스트레일리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 농무부 수석 곤충학자가 되어 1878년 농무부 직원인 앨버트 케벨을 오스트레일리아로 파견했다. 앨버트 케벨에게 맡겨진 일은 솜털깍지벌레의 천적을 찾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앨버트 케벨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숲속에서 깍지벌레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베달리아무당벌레를 발견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만세! 깍지벌레의 천적을 찾았어!”

앨버트 케벨은 베달리아무당벌레 120마리를 미국으로 보냈다. 그리하여 베달리아무당벌레를 번식시켜 몇 년 만에 솜털깍지벌레를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미국의 감귤 농업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감귤 농장 주민들은 감사의 표시로 앨버트 케넬에게는 금시계, 그의 부인에게는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선물했다고 한다.

“칠성무당벌레는 왜 프랑스에서 ‘성모마리아딱정벌레’라고 불리나요?”

칠성무당벌레는 딱지 날개에 북두칠성 같은 일곱 개의 검은 점무늬가 있다.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칠성무당벌레는 프랑스에서 ‘성모마리아딱정벌레’라고도 불린다. 그런 이름을 얻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중세 프랑스에서 어느 해에 진딧물이 들끓었다. 포도 농사를 짓던 농부들은 진딧물 때문에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들은 성모 마리아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성모 마리아님, 진딧물을 제발 없애 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무당벌레들이 나타났다. 무당벌레들은 진딧물을 모두 먹어치웠다. 농부들은 성모 마리아가 자기들의 기도를 들어주었다며 아주 기뻐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보내 주었다며 무당벌레를 ‘성모마리아딱정벌레’라고 불렀다.

칠성무당벌레는 딱지 날개의 빨간색이 성모 마리아의 빨간 망토를 뜻하고, 일곱 개의 검은 점무늬는 성모 마리아가 지닌 일곱 가지 즐거움과 고통을 상징한다고 한다.

1968년 독립한 나우루 공화국은 이 새똥을 외국에 수출하여 부자 나라가 되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9
1968년 독립한 나우루 공화국은 이 새똥을 외국에 수출하여 부자 나라가 되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9

새똥 때문에 일어난 남미 태평양 전쟁

남아메리카 서쪽, 페루․볼리비아․칠레가 국경을 접하고 있던 해안 지역과 아타카마 사막 지역은 옛날부터 ‘구아노’가 많이 매장되어 있었다.

구아노는 잉카 말로 ‘똥’을 뜻하는데, 몇 만년 동안 새똥이 쌓여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이다. 구아노는 인산염이 풍부해서 천연 비료로 쓰였다. 잉카 사람들은 16세기경부터 구아노를 캐어 사용했다고 한다.

구아노가 비료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19세기에 유럽에서 농업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농사를 많이 짓다 보니 비료가 많이 필요했다. 화학 비료가 없던 때라서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너도나도 구아노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돈방석에 앉은 나라는 페루였다. 1842년부터 1870년까지 900만 톤에 이르는 구아노를 외국에 수출했다. 국고 수입의 80퍼센트를 차지했다고 하니 구아노가 페루를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루는 구아노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모두 설탕 산업에 쏟아 부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아직 캐지 않은 구아노를 담보로 많은 돈을 빌렸다. 그러나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설탕 산업이 쫄딱 망하여 페루 정부는 재정이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페루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구아노와 초석 산업을 강제로 국유화했다. 그러자 구아노와 초석 산업에 많은 자본을 투자한 영국의 기업가들이 들고일어났다. 자기들이 쏟아 부은 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영국 정부를 움직여 페루의 경쟁국인 칠레를 지원하도록 했다. 페루의 ‘황금 똥’을 차지하기 위해 칠레에게 페루와 전쟁을 벌이게 한 것이다.

아타카마 사막 지역은 당시에 볼리비아 땅이었다. 하지만 칠레 사람들이 옮겨와서 살며 초석 광산을 개발했다. 초석은 비료의 주원료로, 화약의 원료로도 쓰였다.

그런데 볼리비아 정부는 재정난을 겪자 칠레의 광산 회사들에게 세금 인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광산 회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초석 광산을 개발할 때 볼리비아 정부가 25년 동안 세금 인상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어기고 세금 인상을 요구하니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금 납부를 거부했다.

칠레의 광산 회사들을 소유한 것은 영국의 기업가들이었다. 그들은 볼리비아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해, 영국 정부로 하여금 칠레를 지원하도록 하여 볼리비아와도 전쟁을 벌이게 했다.

페루와 볼리비아는 1873년 상호 방위 협정을 맺은 군사 동맹국이었다. 유사시에는 상호간에 군사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칠레는 1879년 페루와 볼리비아에 전쟁을 선포했다. 이 전쟁이 바로 ‘남미 태평양 전쟁’이다.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력이 강했던 칠레 군은 1881년 페루의 수도인 리마를 점령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전쟁으로 칠레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넓은 땅을 차지했다. ‘황금 똥’을 낳는 땅을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아타카마 사막 지역을 빼앗겨 바다를 볼 수 없는 내륙 국가가 되었다. 새똥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구아노는 잉카 말로 ‘똥’을 뜻하는데, 몇 만년 동안 새똥이 쌓여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이다. 구아노는 인산염이 풍부해서 천연 비료로 쓰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9
구아노는 잉카 말로 ‘똥’을 뜻하는데, 몇 만년 동안 새똥이 쌓여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이다. 구아노는 인산염이 풍부해서 천연 비료로 쓰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9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도 새똥 때문에 부자 나라가 되었다면서요?

남태평양 외딴 섬에 있는 나우루 공화국은 인구가 1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영토도 우리나라 여의도 면적의 두 배 반쯤으로, 자동차로 2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이 나라에는 천연 비료의 원료가 되는 새똥이 산호초 위에 쌓여 있었다. 1968년 독립한 나우루 공화국은 이 새똥을 외국에 수출하여 부자 나라가 되었다. 국민들은 나라에서 공짜로 내주는 집에서 살며 전세기를 타고 오스트레일리아ㆍ하와이ㆍ싱가포르 등지로 쇼핑을 다녀왔다.

하지만 번영과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새똥 자원은 점점 고갈되어갔고, 2000년대에 와서는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새똥을 캐느라 온 땅을 파헤쳐 농사도 못 짓는 황무지가 되었다. 국민들은 또다시 가난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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