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8천명 광화문서 빗속 대규모 집회… “최저임금제 개선 대책 수립하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의견 반영하라! 자영업자 빈곤 문제 국가적으로 해결하라! 가맹점 매출 구분 말고 신용카드 수수료 1% 인하하라! 내수경제 활성화 위해 외식비용 근로소득공제 신설하라!”

29일 오후 4시 비 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은 우비를 입고 피켓을 든 소상공인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서 “소상공인도 국민이다!”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하라!”를 연호했다.

소상공인 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50개 단체로 구성된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함께 빗줄기는 더 굵어졌지만 전국에서 모인 8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소상공인들은 거센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한 참가자는 이를 보며 “얼마나 절박했으면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나왔겠냐”며 “이렇게라도 해야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알고 무엇인가 대답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제갈창균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공동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정부는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그로인해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노동자도 소상공인도 똑같은 국민인데 소상공인의 희생만 계속 강요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괴멸시키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무리수를 두면 탈이나서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 50% 소상공인 대표 보장 ▲최저임금 주휴수당 포함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전면 검토 등 5가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 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자영업 경쟁력 강화 특별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이날 대회에서는 경기도 용인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원상우씨가 나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본인이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앞서 원씨는 지난 6일 수원역 앞에서 열린 경기 소상공인연합회 집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며 삭발한 바 있다.

원씨는 “어머니는 작년에 암 진단을 받고 5개월 항암치료 끝에 겨우 회복하셨는데 집에서 채 두달도 쉬지 못하고 다시 가게로 나오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한 명을 내보낸 탓에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매출은 저조한데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니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며 “대통령께서 제발 70만 소상공인들의 절규를 듣고 우리들의 슬픔과 아픔을 달래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켜보던 일부 참가자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정치인도 대회에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포용적 성장과 사람 중심의 경제를 이루겠다고 했는데 왜 여기 계신 분들은 포용하지 않는지 유감스럽다”며 “여러분의 설움과 어려움이 청와대에 전달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외쳤다.

대회에서는 대통령에 전하는 호소문 낭독과 함께 삭발식, 상여차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후 오후 6시 30분께 청와대 행진을 마지막으로 대회는 마무리됐다. 소상공인 집회로 세종대로 광화문 방향 1개 차로와 남대문 방향은 3개 차로가 일제히 통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