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인근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끼어있다. (출처: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인근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끼어있다. (출처: 연합뉴스)

‘신동빈 중형’ 롯데 암운 최고조

검찰, 항소심서 징역 14년 구형

5대그룹 중 투자·고용 뒷걸음질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가능성↑

1400명 직원들 고용 불안 우려

“비상경영위원회 분명한 한계”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롯데그룹이 구속된 신동빈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이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형을 구형하면서 롯데그룹의 암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돼 구치소에 반년 넘게 수감돼 있다. 신 회장의 2심 선고는 오는 10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는 신 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현재 핵심 사업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채용 등이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신 회장 구속 후 황각규 비상경영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부회장단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그룹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투자와 채용 계획을 이미 발표한 가운데 재계 5위 대기업 중 롯데만이 유일하게 침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남 이후 속속 대규모 투자 및 신규 채용 계획을 내놓은 것과 상반된 행보다.

롯데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5대 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액(유무형자산 취득액, R&D 투자 제외)을 집계한 결과,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5% 감소한 879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30대 기업 중 최하위 수준이다.

삼성은 같은 기간 15조 4272억원, SK그룹은 10조 2059억원, LG그룹은 7조 4291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은 3조 2918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정부의 투자 독려로 삼성그룹은 180조원, 현대차그룹은 23조원, LG그룹은 19조원, SK그룹은 80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당초 롯데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총 10여 건, 약 11조원 규모의 M&A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의 공백으로 모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 2016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 사 인수를 포기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친 바 있다. 이후 엑시올 주가는 2배 가까이 뛰었다. 롯데케미칼이 4조원을 들여 짓는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도 신 회장 구속 이후 반 년째 중단된 상태다.

롯데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만 3000여명을 채용하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1000여명의 채용과 계열사별로 뽑은 최소의 인원이 전부다. 특히 롯데는 고용과 관련해 지난해 8월 이미 향후 5개년 신규 채용 및 비정규직 전환계획을 세웠지만, 당장 하반기 채용규모 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 부분의 실적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 유통 부문의 직간접 고용이 20만명에 이를 만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왔지만, 신 회장이 올 2월 구속 수감된 후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은 대규모 적자를 내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롯데마트가 사드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또다시 취소될 위기에 놓여있다. 2심 선고 결과에 따라서 면세점 특허 취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월드타워점에서 근무하는 1400여명의 직원의 고용 문제가 큰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 구속 후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 경영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투자 및 고용확대 등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분명한 한계 있다”면서 “신 회장이 결심 공판에서 중형이 구형되면서 기업 성장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